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겠다고 공약했을 때 ‘선발투수(국민연금)’가 더 이상 공을 던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등판하는 ‘구원투수(기초연금)’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기구인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발표한 최종 합의 결과는 안 그래도 불안한 노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가난한 노인들에게는 조금 더 주고 젊은 세대의 실질적인 연금은 깎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소득 하위 70~80%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인데 그 기준은 연금소득이 될 수 있다. 현금 소득이 없는 미래 노인들에게 소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을 결정하는 것은 가입기간이므로 20년 이상 가입한 노인은 기초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다. 현재 국민연금에 가입된 20~40대는 20년 넘게 채울 것이고 이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117일간 7차례에 걸쳐 열린 회의를 지켜본 결과 재정이 얼마나 들어갈지에 대한 추계와 논의은 있었어도 노인 빈곤율이 얼마나 떨어질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김상균 위원장은 공약을 만든 6개월 전보다 지금의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됐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2026년이면 노인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그중 절반 이상이 빈곤에 허덕이게 되는데(노인 빈곤율 45.1%) 1000만명의 노후가 달린 중대한 문제의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는 궁색한 변명으로 들린다. 연금의 근본적인 목적까지 뒤집으면서 재정 파탄 등의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