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콘서트 2만7000명 동원… 내년에 12집 컴백 약속
데뷔한지 만 15년, 정규 앨범 11장,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은 여섯 명의 멤버…
그룹 신화가 지난 3일과 4일 이틀 동안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홍콩, 중국, 대만, 일본을 거친 아시아투어를 마무리하는 피날레 공연 '2013 신화 그랜드 투어 더 클래식 인 서울(2013 SHINHWA GRAND TOUR THE CLASSIC IN SEOUL'을 열고 관객을 만났다.
현장은 일찌감치 신화를 상징하는 '주황 물결'로 가득 찼다. 지난 3월 데뷔 15주년 기념 콘서트에 이후 약 반년 가까이 이번 공연을 기다려 온 국내 팬들은 물론 중국, 일본, 대만 등에서 날아온 아시아 팬들과 금발 머리의 백인들까지 다채로운 팬들이 한 자리에 모여 눈길을 끌었다. 원조 K팝 스타다운 위엄을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팬들의 함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웅장한 분위기의 오프닝 영상이 스크린에 흘러나오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신화는 이날 첫 곡으로 지난해 발매한 10집 앨범 타이틀곡 '비너스'를 선택했다. 어김없이 우렁찬 떼창이 시작됐다.
신화는 그들의 상징과도 같은 'T.O.P'나 '와일드 아이즈', 데뷔곡 '해결사' 등 콘서트마다 빼놓지 않던 레퍼토리 대신 2002년 발표했던 '히어로', 정규 9집 수록곡 '보야지' 등을 그동안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곡들을 선택해 팬들의 갈증을 풀어줬다.
뿐만 아니라 4년 간의 공백 끝에 발표한 10집, 11집 앨범 수록곡 무대도 놓치지 않았다. '아는 남자', '뉴 미', '렛 잇 고', '사랑노래' 등 라이브로 듣고 싶었던 곡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프러포즈송 '아이 게이브 유'를 부를 때 신화는 신화창조에게 달콤한 프러포즈를 보냈다. 밝고 경쾌한 '스테이'는 3월 공연과 마찬가지로 멤버들과 팬들이 모두 귀여운 댄스를 추며 함께 즐겼다. 멤버 민우의 자작곡 '레드 카펫'은 강렬한 록사운드로 편곡해 밴드 라이브 공연의 장점을 극대화시켰다.
특히 신화는 11집 앨범 수록곡 '스카페이스' 퍼포먼스를 선보여 팬들을 감동시켰다. '스카페이스'는 '디스 러브'와 막판까지 타이틀곡 경합을 벌이던 곡으로, 많은 팬들이 무대 퍼포먼스를 보고 싶어했던 곡이다. 신화는 이런 팬들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숨가쁜 아시아투어 해외 일정을 마치자마자 '스카페이스' 안무 연습에 들어가 '디스 러브'와는 또다른 매력의 완벽한 퍼포먼스를 완성했다. 멤버 김동완의 키스 퍼포먼스, 후렴구의 박자를 활용한 박수 안무, 이민우와 전진의 댄스 브레이크, 돌출 무대에서 선보인 군무 등 다양한 포인트가 돋보였다. '스카페이스'를 선보일 때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체조경기장이 들썩거릴 정도였다.
공연 중간중간 삽입된 영상은 신화만이 가진 매력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신화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을 패러디 해 카리스마 넘치는 무대와는 대조적으로 개그감을 맘껏 뽐냈다. 멤버 전진은 엉터리 중국어를 진짜 중국어처럼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팬들의 배꼽을 빼놓았다. 멤버 이민우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주인공 류승룡을 패러디해 남다른 연기 실력을 보여줬다. 객석에서는 끝없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팬들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망가지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멤버들의 15년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 공연은 예매 개시 5분 만에 총 2만7000석이 전부 매진돼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예매 전쟁이 펼쳐졌다. 1층 스탠딩 구역부터 3층 꼭대기까지 팬들이 가득히 들어차 주황색 불빛이 장관을 이뤘다. 신화는 무대와 멀리 떨어져 앉은 팬들을 배려하기 위해 돌출 무대를 끊임없이 활용했다. '붉은 노을'과 '천생연분' 메들리를 부를 때는 2층과 3층 사이 통로에 나타나 팬들의 손을 잡아줬다.
넓은 무대에서 펼쳐진 '디스 러브' 퍼포먼스는 압권이었다. 쿵쿵 울리는 베이스 사운드와 함께 신화는 30대 중반에 접어든 남성의 섹시함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여섯 멤버가 따로, 또 같이 란 느낌으로 치밀하게 짜인 보깅댄스는 실제로 봐야 그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잘 하고 있어, 함께 있어 줘'란 가사가 인상적인 곡 '온 더 로드'로 공연을 마무리한 신화는 잠시 후 신나는 앙코르 무대를 선보였다. 팬들은 '신화는 꺾이지 않아'란 문구의 플래카드를 일제히 손에 들어 장관을 연출했다. 신화는 이에 화답하듯 앙코르 단골곡 '요!'는 물론 보너스 무대로 '오!'를 선보여 아쉬워하는 팬들을 다시 현장에 붙잡아놨다. 총 3시간에 펼쳐진 공연은 열정과 에너지, 고마움과 사랑이 가득했다.
신화는 신화창조와 함께 모인 자리에서 어느 때보다 성공적이었던 정규 11집 앨범 '더 클래식' 활동을 공식 마무리했다. 이제 멤버들은 솔로 가수, 연기, 해외 프로모션 등 개인 활동에 돌입한다.
신화의 쉼표는 분명 아쉽지만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신화는 내년에 다시 정규 12집을 들고 돌아올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 자체가 기록이 된 신화는 변함없이 현재 진행 중이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