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일본산 수산물이 방사능에 오염됐을까봐 아이들이 즐겨 먹는 오징어, 대구, 명태 등 수산물을 아예 먹지 않고 있다”면서 “하지만 국물멸치나 다시마, 김 같은 것은 먹지 않을 수 없고 아이들 학교나 어린이집 급식에는 여전히 수산물이 들어가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원전으로부터 고농도 방사능 오염수가 해양으로 유출돼 많은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일 “2011년 3·11 대지진 때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매일 300t(톤) 정도의 고농도(高濃度)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인근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지진 이후 원자로가 있는 건물 지하와 접속 터널에 고여 있던 고농도 오염수가 땅으로 새어 나와 지하수에 섞여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식품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감이 높지만 우리 정부는 ‘위기경보’를 발령하거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오히려 “악의적으로 ‘방사능 괴담’을 조작·유포하는 행위를 추적해 처벌하라”고 지시를 내린 상태다.
◇‘적합’ 판정이 방사능 ‘불검출’?=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30일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관련 루머에 대한 설명 자료에서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철저히 실시하고 있으며 기준 이내 안전한 수산물에 대해서만 통관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일본산 수입수산물은 후쿠시마현 등 8개현 49개 품목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학계와 시민단체는 방사능 기준치가 의학적으로 안전한 함량이 아니며 보건당국의 관리를 위한 기준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보아 녹색당 위원장은 “국제 기준이라는 것은 나라 별로 식생활에 따라 다르고 안전의 척도라기보다 보건당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정한 것”이라면서 “미량이라도 아이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는데 정부는 기준치 이내면 ‘적합’ 판정을 내린다. ‘적합’이 곧 방사능 ‘불검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식품 세슘 허용 기준치는 370베크렐(Bq)이고 일본산 수입 수산물에 대해서는 100베크렐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 기준 이하면 ‘적합’으로 허가가 난다.
실제 식약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일본산 수산물 방사능검사 미량검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1년 7월13일 검사시 냉장대구에서 세슘이 98베크렐이 나왔지만 ‘적합’ 판정을 받아 시중에 유통됐다.
환경단체들은 세슘 기준치를 독일방사선방호협회에서 제시한 8베크렐(영유아 4베크렐)로 대폭 낮추자고 주장하고 있다.
◇“방사능은 대표적인 ‘발암물질’, 최대한 피폭 줄여야”=시민방사능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식약처가 후쿠시마현 등 8개현의 49개 품목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이것은 일본 정부가 자체적으로 출하를 금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우리 정부가 일본 검사기관의 판단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는 세슘과 요오드에 대해서만 검사하고 있고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을 검사할 수 있는 장비가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가 이에 대한 검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위원장은 “식약처가 방사능 검사시 미량이라도 방사능이 검출되면 플루토늄이나 스트론튬에 대해 비오염 증명서를 일본에 요구한다고 하지만 방사능 오염상황에 대해 일본 정부와 산하기관들이 밝히는 정보는 일본 국민들도 불신하고 있는 마당에 수입국인 한국 정부가 일본기관이 첨부한 증명서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학교나 어린이집 급식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제외하는 것이 시급하며 대구, 명태, 고등어와 같이 우리 국민들이 즐겨먹는 수산물부터 수입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방사능 물질은 적은 양이면 적은 확률로, 많은 양이면 많은 확률로 암을 유발시키는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라면서 “최선을 다해 방사능 피폭량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슘만 놓고 봤을 때 370베크렐이 기준인데 이것은 식품 1kg에서 1초에 핵붕괴가 370개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방사능 오염 식품을 먹으면 내 몸 안에서 핵붕괴가 일어나는 것으로 그만큼 안전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김익중 교수는 “피폭이 되면 당장 암에 걸리는 게 아니라 최소 10년에서 최대 60년 후에 암에 걸리다”면서 “핵 반응이 일어나면 200가지 방사능 물질이 나오는데 세슘은 검사가 쉬워 세슘만 잰다. 세슘이 나온다는 것은 다른 방사능 물질도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방사능 우려가 없는 안전한 국내산 식품들을 정부가 나서서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