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MB스타일 국정원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파트장을 지낸 국정원 직원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의 ‘오빤 MB스타일’ 동영상을 ‘오늘의 유머(오유)’ 게시판에 올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법정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재판에서 이모 전 국정원 심리전단 파트장은 “오유에 종북세력이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 ‘쥐새끼’ 등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있으니 ‘오빤 MB스타일’ 동영상을 올리라는 지시를 작년 8월28일 (상부에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 전 파트장은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의 직속 상관으로, 작년 8월부터 심리전단 파트장으로 일하며 사이버 활동 실무를 담당했다.
그가 직접 올린 ‘오빤 MB스타일’ 영상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내용이다.
가사 1절은 “전재산 기부하는 아름다운 남자 사채와의 전쟁 벌이며 서민 보듬는 남자 / 국민을 지키는 수퍼맨이 되고 싶은 남자 그런 따사로운 남자 / 나는 경제왕 1조달러 무역규모를 일궈낸 사나이 / 세계3위 경제영토를 정복한 사나이 4대강과 원전기술 세계에 파는 사나이 / 발로 뛰는 열혈 대통령 그래 나 그래 바로 나 경제는 대박 위기는 기회”로 이어진다.
2절은 “일관된 대북정책 실용외교의 달인 독재깡패 정일이 정은도 굴복시킨 남자 / 소말리아 해적들도 벌벌 떠는 남자 그런 강심장인 남자 / 독도 종결자 점잖아 보이지만 할말은 하는 사나이 / G20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한 사나이 한국의 위대함을 세계에 보여준 사나이”라는 내용이 자막으로 소개된다.
후렴구는 “존경스러워 자랑스러워 그래 너 hey 그래 바로 너 hey / 지금껏 이런 대통령은 없었어 그래 너 hey 그래 바로 너 hey / 지금부터 갈 데까지 가볼까 오빤 MB스타일 / Eh~ 나라밖에 몰라 오빤 MB스타일”이 반복된다.
‘오빤 MB스타일’ 영상 게시에 대해 이 전 파트장은 “위에서 시키니까 기계적으로 (동영상을) 게시했다. 대북 심리전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이 전 파트장이 작년 9월19일 안철수·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 등 야당 정치인들을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한 사실을 함께 공개했다. 그러나 이 전 파트장은 “개인적인 소회를 간단히 쓴 것”이라며 조직적 정치 관여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심리전단 외부 조력자 이모씨도 증인으로 참석해 “2011년 연말부터 상당 기간 오유 일간베스트 글을 ‘다음 아고라’에 옮기는 등 하루 50개씩 글을 썼다”고 말했다. “정치색 뚜렷한 야당 비판 글을 쓴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검찰 측 신문에 대해서는 “감정적으로 글을 쓰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답했다.
외부 조력자 이씨는 건강이 나빠 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대학 동기인 이 전 국정원 심리전단 파트장을 만나 국정원 사이버 활동을 돕기로 하고 월평균 3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오는 7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서는 다른 국정원 직원 2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