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마케팅 ‘격세지감’…경성골프구락부에서 현재까지

입력 2013-11-0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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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마케터들이 바빠졌다. 내장객 유치를 위해 전에 없던 전략으로 ‘골퍼 환심 사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골프장 500개 시대를 맞아 골프장 간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회장 박정호) 자료(2013년 1월 1일 기준)에 따르면 전국에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 골프장은 총 501개(운영 437·건설 64)로 적정 골프장 수를 초과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골프장 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골프장의 마케팅 역사는 불과 수년이다. 1921년 조선호텔 고객 유치를 위해 지어진 서울 효창공원부지의 경성 골프 구락부를 시작으로 최근 수년 전까지 ‘골프장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낯설었다.

대부분 주주회원제로 운영, 일부 부유층만을 위한 레저시설이었던 만큼 회원 및 내장객 유치 필요성이 없었다.

그러나 1970년대는 골프장 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서울, 한양, 수원, 대구, 부산 등 10여개 골프장이 운영됐지만, 골프인구가 적었던 만큼 만성적자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부분의 골프장은 재일교포를 상대로 하는 해외회원권을 발행, 해외영업을 시작했다. 내국인을 상대로 하는 일반회원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해외회원권을 제일교포에 분양하면서 만성적자로 시달리던 골프장에 판로가 트기 시작했다. 그것이 최근에 이르기까지 거의 유일한 마케팅이다.

이후 골프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1997년 박세리(36·KDB산은금융)의 US여자오픈 우승 등 골프붐이 조성됐다.

골프인구의 증가는 부킹 난으로 이어졌다. 김계환 한국골프컨설팅 대표는 “당시 골프장은 부킹 전화를 별로로 운영했지만 전화기를 내려놓는 경우도 많았다. 빗발치는 전화로 정상 업무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킹 청탁을 위해 일반인 골퍼들이 골프장을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회원권 시세도 하늘을 찔렀다. 치솟는 회원권 가치는 2007~2008년 최고에 달했다. 가평베네스트는 19억5000만원, 남부 23억원, 남촌 17억5000만원, 레이크사이드 14억원, 렉스필드 13억6000만원, 비전힐스 11억5000만원, 이스트밸리 16억2500만원, 화산 13억원 등 10억원 이상 초고가 회원권이 넘쳤다.

그러나 골프장 전성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골프장 급증과 회원권 가치 하락, 입회금 반환 대란 등으로 대부분 골프장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대부분의 골프장은 2008년 이후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다. 대기업 운영 골프장들은 예약실을 통합 운영하거나 회원권을 공유하는 등 타사 골프장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고 통합회원권 분양했다.

동강시스타는 하이원, 블랙밸리, 문경레저타운, 대천리조트, 화순리조트 등 관계사 골프장과 콘도 회원대우를 받을 수 있게 했고, 레이크힐스는 전국 5개 체인 골프장과 콘도를 동반 3인 무기명 회원대우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동원썬밸리 회원권도 국내 4개 골프장과 일본 3개 골프장, 필리핀 1개 골프장 등 총 7개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엘리시안, 오스타, 오크밸리, 용평, 한화, 휘닉스파크 등에서도 파격적 조건의 이색 회원권을 선보였다.

지방 골프장의 역습도 눈에 띈다. 전북의 군산 골프장은 기간별 그린피를 조정해 2박3일, 3박4일 골프패키지를 선보여 지역 골프장뿐 아니라 수도권 골퍼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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