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격적으로 겨울에 들어가기도 전에 궂은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여름에 이어 가을까지 한해에 2~3개 정도는 우리나라를 지나가던 태풍도 다행스럽게 대부분 비껴갔지만 가까운 일본이나 주변국들의 피해는 심각했다. 특히 11월 필리핀 중남부 지역을 강타한 태풍 하이엔은 한 국가의 경제력을 마비시킬 정도로 강력한 수퍼태풍이었다. 태풍뿐만 아니라 지구 곳곳에서 전에 없던 많은 기상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이르러 전 세계는 지진, 화산, 태풍, 홍수, 폭염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기상이변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에서의 기후변화는 약 45억년 전 태양에서 지구가 분리되어진 이래로 지속적으로 나타났고 더불어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생물의 진화도 계속되었다. 또 지금 현재도 이와 같이 계속되고 있는 변화의 연속선상에 놓여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19세기부터 가속된 산업발달과 도시화에 따른 자연환경 파괴에 의해 지구는 급격한 기후환경 변화를 맞게 됐다.
지구 역사상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규모 기상 재해를 비롯하여 해수면 상승, 사막화와 물 부족 현상, 각종 질병의 발생, 농작물 재배의 흉작 등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꼽고 있다. 지구온난화 현상은 지구의 평균 대기온도가 지속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으로 인간의 과다한 산업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에 의한 온실효과에 의해 나타난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매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증가하여 2011년 안면도에서 측정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395.7ppm으로 평균 300ppm을 상회하는 수치를 나타냈다. 또한 1908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각 지역의 평균기온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13.5도로 관측됐고, 이전의 12도에 비해 약 1.5도가 상승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도 심각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온난화는 필연적으로 생태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인 식물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가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속적인 온난화 현상은 금후 중부지방에 이르기까지 해발고가 높은 지리산, 태백산과 같은 일부 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을 아열대 기후대로 변화시킬 것이다. 결국 이들 지역에서는 온대기후대를 대표하는 낙엽활엽림이 쇠퇴하고 상록활엽수로 이루어진 조엽수림으로 자연식생이 바뀔 것이다. 백두산과 개마고원에 자리잡은 북부지방의 울창한 아한대 침엽수림은 점차 없어질 것이다. 실제로 한라산 정상부 일대에서 자라던 한대성 수종인 구상나무의 개체수가 자꾸만 줄어들고 있고 따뜻한 기후조건을 좋아하는 남방계 인자의 식물인 후박나무, 송악 등이 육지를 따라 점차 북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남부지방에서는 대표적인 온대성 수종인 소나무림과 낙엽활엽수림의 쇠퇴 현상이 보고됐다. 필자의 연구에서도 전라남도 월악산 국립공원 일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소나무림 및 굴참나무림, 졸참나무림이 점차 상록활엽수인 붉가시나무림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상을 조사했다. 이같은 결과는 단순히 숲 유형의 변화 차원을 넘어 숲을 구성하고 있는 생물 다양성의 변화, 나아가 생태계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와 국지적인 생태계 변화는 생물자원의 고갈을 비롯해 병해충 발생, 외래생물의 유입, 농작물 생산 감소, 이상기후 현상 등과 같은 중대한 환경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상청에서 금년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올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우리는 더 많은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로 난방을 할 것이고 전열기를 가동할 것이다. 과다한 화석연료 사용은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발생시키고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이제 지구온난화는 너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문제로 다가왔다. 특히 올 겨울에는 겨울철 전력 부족 위기도 우려되고 있다. 코앞에 닥쳐온 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재앙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이라도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전등 하나도 더 끄고 전열기 사용을 자제하도록 하자. 그리고 추운 겨울은 두꺼운 내복을 껴입고 친환경적으로 넘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