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00만원, △△△ 4500만원, ◇◇◇ 3000만원, ◎◎◎ 1500만원, ☆☆☆ 700만원.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여자 연예인에게 가격표가 붙어 있다. 성매매 1회 가격이란다. 검찰의 일명 ‘연예인 성매매’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원인 미상의 ‘증권가 찌라시’가 유포됐다. 이어 이들이 성매매를 하고 알선하는 이유,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마치 재밌는 소설처럼 기재돼 있다. 내용도 참 구체적이다.
지난 13일, 연예인 성매매 루머가 이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유포됐다. 자극적 성향의 찌라시는 삽시간에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와 SNS를 통해 확산됐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수많은 관련 루머를 양산해 냈다. “설마”라는 생각은 구체적인 정보지의 내용과 함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어?”라는 생각으로 바뀐다. 실명이 거론된 연예인들은 어느 순간 돈을 위해, 출세를 위해 성매매에 나선 파렴치한이 되어 버렸다.
“사실이 아니다”는 공식 성명과 함께 최초 유포자에 대한 처벌과 강력한 법적대응 입장을 밝힌 해당 연예인들의 벼랑 끝 전술이 이어졌지만 뇌리에 박힌 증권가 찌라시의 내용은 몸에 새겨진 낙인처럼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가 작성했는지, 왜 작성했는지,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기 이전에 맹신한다. 21세기, 2013년, 대한민국에서 한 사람의 삶을 매장하는데 불과 하루도 걸리지 않는다.
19일 “SNS, 증권가 찌라시에 거론된 유명 연예인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검찰의 발표가 있고 나서야 의혹이 풀렸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한 연예인의 지인은 “당연한 결과다. 당사자는 잠도 못자고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고, 그 가족까지 고통에 시달렸다”며 한숨을 내쉰다.
정작 증권가 관계자는 주식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경제 쪽 소식을 다룬 정보지는 문서 형태로만 유포되며 SNS에 유출되는 경우가 없다고 말한다. 특히 연예계 쪽 정보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증언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연예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분별한 인형놀음은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 일주일간의 짧았지만 길었던, 한 사람의 인권이 철저하게 짓밟혔던 이번 ‘연예인 성매매’ 루머. 그것이 불리한 정세의 국면전환을 위한 얄팍한 선동이든 한 개인의 말장난에 의한 몰지각한 여론몰이든 수용자 입장에 있는 대중의 자각과 소문의 근원지인 검찰의 내부단속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인권침해의 근원은 수사에 나선 검찰에 있다. 한 사람의 인권이 철저히 짓밟힌 이번 사건은 검찰 측 멘트로 인용돼 보도됐다. 작은 사고 하나도 수사종결까지 쉬쉬하고, 미디어를 기피하는 검찰의 특성상 이런 민감한 사안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흘러나왔는지 모르겠다.
피해자들이 법적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루머의 최초 유포자에 대한 처벌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 피해 연예인 측 관계자는 “우리는 그동안 지옥 같은 삶을 보냈고, 앞으로도 의혹의 눈초리를 신경 써야 한다. 검찰 발표는 있었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발표와 상관 없이 루머 유포자에 대한 법적 조치는 계속 진행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 이상 “아니면 말고” 식의 루머 확산은 지양되어야 한다. 연예인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부모 형제가 있다. 자신의 공동체 안에서 억울한 소문이 양산 되도 정신적 고통에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하물며 전 국민 앞에 성매매 대상자가 되어 버린 이들의 고통은 어떨까. 하루아침에 대중의 사랑을 받던 연예인에서 조롱거리의 대상인 윤락녀가 된 심정이 말이다.
이번 연예인 성매매 루머 속에 주인공으로 실명이 기재된 김사랑은 검찰의 발표가 있던 19일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여호와의 미워하시는 것 곧 그 마음에 싫어하시는 것이 육 칠 가지니 곧 교만한 눈과 거짓된 혀와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는 손과 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과 빨리 악으로 달려가는 발과 거짓을 말하는 망령된 증인과 및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자니라. -잠언 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