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정성화가 정상에 우뚝 섰다. 올 한해 한국 뮤지컬 대상, 더 뮤지컬 어워즈의 남우주연상을 홀로 휩쓴 정성화. 지난해 뮤지컬 ‘라카지’의 게이 연기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정성화는 상연 중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는 그야말로 종횡무진, 카리스마로 세련되고 기품 넘치는 작가 세르반테스부터 극중극 ‘돈키호테’의 허상에 젖은 돈키호테까지 분해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전작 뮤지컬 ‘레미제라블’에선 장발장 역을 맡아 1년여간의 장기공연을 원톱으로 이끌며 일인자로 등극했다.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 남자 파트너와 열정적인 호흡을 맞추며 화려함으로 점철된 무대에 플라멩코를 뽐내는 ‘카르멘’ 바다. 그녀가 띄우는 혼신의 아리아에 관객들이 박수를 쏟아낸다. 기대와 우려 속에 한국어 초연으로 막 올린 뮤지컬 ‘위키드’의 타이틀롤을 소화해내며 호평을 이끌어낸 옥주현은 명실공히 최고의 뮤지컬 디바다.
이들에게 아직도 따라붙는 개그맨 출신, 아이돌 가수 출신, ○○출신….국내 뮤지컬계 원류 남경주가 토로했듯, 준비 안 된 아이돌 가수가 섣불리 마케팅의 일환으로, 한류 팬을 끌어모으기 위해, 티켓파워를 자랑한다는 이름으로 무대에 서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무대에 서고파’서 따가운 시선과 눈초리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예술혼을 불태우려 자신과 싸우는 이들조차 싸잡아 발목 끌어당기는 것은 관객은 물론 뮤지컬계 스스로다.
또, 주연급 배우 수급 부족으로 겹치기 출연, 고가의 출연료 등 뮤지컬 내부의 문제와 부실한 인프라에 허덕이는 뮤지컬계가 탓해야할 것은 따로 있음에도, 가수로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봤고, 연기로서 관객과 시청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던 이들의 선전을 가로 막으며 명분 없는 내몰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일부 미디어와 대중 그리고 관계자들이다.
이 모든 편견과 싸워 정상에 자리했으나 아직도 주변의 치우친 시선에 외변에 자리할 수밖에 없는 이들은 오히려 한발 더 나아간 자세를 내보인다.
“‘뮤지컬 배우에요? 가수에요?’, ‘뮤지컬 가수와 아이돌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요?’라는 질문조차 이제 너무 진부하다.” 10년째 뮤지컬 무대에 서는 동안 한때 본명 최성희란 이름으로 바꿔 활동했던 그녀의 무대를 본 한 관객의 ‘아, 바다씨일 줄 알았으면 더 재미있게 봤을 텐데’라는 호의 표현에 마냥 웃을 수 만은 없는 이유다.
대중에게 쉬이 지울 수 없는 연예인의 이미지인지라, 이를 극복하는 것은 배우의 몫으로 남겨진다. 하지만 미디어와 뮤지컬계 구성원 스스로는 쓸데없는 동어반복을 매년, 매 공연마다 재생산하며, 시스템 극복 이전에 ○○출신 배우, 개인에게 지워지는 한계를 확대한다. 관객과 호흡에 따라 매 순간 변화하는 양상을 지닌 뮤지컬 무대에 서는 배우에게 매회 쏟아내는 열정과 실력, 해석하는 캐릭터 연기로 평가해야할 우리는 너무 단순한 잣대로 눈요기에 그치고 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