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나눔 프로그램 ‘시소’ 일자리 제공…3년동안 전문강사 1000명 양성 계획
# 지난해 8월 정년퇴직한 정경자(64)씨는 매주 월요일마다 지역센터를 찾는다.
정씨는 요즘 지역센터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 및 인성교육에 푹 빠졌다. 40여년 동안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쉴 틈 없이 살았던 그는 퇴임 후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6개월을 지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마냥 놀기보단 그동안 쌓아온 교육방법과 노하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KT의 은퇴자 재능 기부 프로그램인 ‘시소’를 발견했고 바로 지원하게 됐다.
수차례의 확인과 검증 작업을 마치고 정 선생님은 시소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 기부를 할 수 있게 됐다.
정씨는 “생활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통한 IT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아이들이 집에 컴퓨터가 없어 수업이 힘들 때도 있지만, 기초부터 차근차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컴퓨터 교육을 활용한 봉사 외에 인성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어느날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여자아이가 내 품에 와 가슴을 만졌는데,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해 마음이 허전해 하는 것 같았다”며 “이런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통한 인성교육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방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재능을 나눠주고 있다. 23일부터는 다른 지역의 아동센터에서 독서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 “배워서 남주자.”
정광조(69) 선생님은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천직이었고 행복하셨다고 회고한다. 대학 시절부터 중학교 진학을 못 하는 학생들이 안타까워서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고, 또 박사까지 되어 자신을 찾아올 때 맹자 삼락 중 가르치는 즐거움의 의미를 깨달았다.
정 선생님은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의 한 유치원에서 아이들 한자를 가르치는 인기 훈장님이다. 그는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청운양로원에서 한글 봉사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선생님은 지금도 매일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밤 10시까지 계속 배우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하루를 일생처럼 산다.
KT는 은퇴자들을 위한 재능 나눔과 일자리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은퇴자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살리고 동시에 그들에게 새 일자리를 제공하는 일석이조 프로젝트 ‘시소’를 진행 중이다.
시소는 일명 은퇴자 재능 나눔 프로그램이다. 시소를 통해 은퇴자들은 자신만의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되돌려주고, 나아가 ‘사회공헌 일자리’도 찾을 수 있게 된 것.
KT는 시소에 참여한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OA 능력 등 IT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연결해 준다. 현재 7000여 명의 은퇴자들이 시소 멤버로 활동 중이다.
시소 멤버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경력자들로 구성돼 있다. KT를 다녔던 은퇴자부터 교사, 간호사, 전투기 조종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인물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재능을 나눠주고 이른바 ‘사회공헌 일자리’를 갖게 된다. 사회공헌 일자리는 금전적 보상은 적지만 자기만족과 성취감에 의미를 두는 봉사적 성격의 일자리다. 탄력적인 참여시간과 활동비 지원을 통해 유휴노동력의 노동시장 참여를 유도하고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
KT는 올해 은퇴자 2만명에게 IT교육, 2000명에게 재능 나눔의 기회를 제공했다. IT 역기능예방강사 100명 등 200명의 전문강사를 양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3년간 1000명의 은퇴자를 전문강사로 양성해 ‘사회공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은퇴자 중심의 사회적 협동조합 설립도 지원할 예정이다.
KT는 까다로운 조건을 통해 시소 멤버들을 뽑는다. 시소 멤버에 지원하는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IT서포터즈를 통한 사전 교육을 한다. 정 선생님의 경우 올해 7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교육과 관련한 연수를 받았다. 컴퓨터 교육뿐만 아니라 인성멘토로 활동하기 위해 자질이나 태도, 소양교육을 일주일에 2회 2~3시간 교육을 받았다. 연수가 끝날 때쯤 초등학교에 가서 직접 90분간 2번의 모의강의도 진행한다. 아동센터에 투입돼 교육하기 전 현장 감각을 익히는 일종의 테스트다.
정 선생님은 “KT 쪽에서 나름대로 교육을 많이 해주고 미리 실전처럼 강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현장에서 충분히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KT가 은퇴자의 재능 나눔에 적극 나서게 된 배경에는 사회공헌 전담 직원 200명으로 구성돼 7년째 IT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는 ‘IT서포터즈’가 있다. IT서포터즈는 장년층을 비롯한 IT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지금까지 총 230만명에게 26만 회의 IT교육을 진행하며 정보 격차 해소는 물론 실제 취업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KT는 ICT(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나눔 환경을 만들기 위해 2017년까지 1500백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희망 일자리를 매년 1800개 창출하고 100만 소외아동을 보살피는 희망 생태계 구축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