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에서 확정된 박근혜 정부의 첫 가계부를 살펴보면 복지·일자리, 창조경제 등 주요 국정과제 예산이 대부분 정부 원안대로 유지됐다. 전체 새해 예산안 규모가 당초 정부안에서 1조9000억원 감액됐지만 복지·고용에선 6000억원 가량 늘어 이른바 민생을 챙기는 ‘박근혜표’ 사업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에서 통과된 2014년 예산안 중 정부안 대비 복지 부문의 순증액은 4400억원으로 전분야에서 가장 높았다. 보육료 예산은 3조765억원에서 3조3292억원으로 올렸고, 양육수당 예산은 1조1209억원에서 1조2153억원으로 증액됐다.
그러나 당초 공약가계부서 줄여나가겠다던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오히려 4000억원 늘어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 민심을 챙기기 위한 ‘쪽지 예산’ 고질병이 재현됐다. 또 총지출액이 총수입 감소폭보다 크게 줄여 4000억원 이상의 여윳돈이 생겼지만 25조5000억원의 재정적자 수준이 유지됐다. 국가재정 부실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정부가 중점 추진해온 경제활성화· 일자리 창출 법안 중 상당수도 처리가 무산돼 내년 3.9% 성장률 달성에 빨간불이 켰다. 국회에서 바뀐 세제개편안으로 고소득자 및 대기업 증세 등을 통해 2300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게 됐지만 부자증세 논란과 대기업의 투자·고용 여력 축소 논란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박근혜표 국정과제 예산도 선방했다. 창조경제타운 예산은 정부안 45억원에서 71억원으로 늘었고, 반듯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 지원 예산은 정부안 227억원이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올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도 여야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끼워넣기가 계속돼 도로·하천·철도 등 지역 SOC 예산은 정부안(23조3000억원)보다 4000억원 이상 늘었다.
재정건전성 지표인 재정수지는 정부안보다 소폭(4000억원) 개선됐다. 하지만 관리재정수지는 여전히 25조5000억원 적자였다. 그만큼 나라빚이 늘어 올해 국가채무도 사상 처음 500조원을 넘어선 514조8000억원에 달했다.
한편 예산안과 함께 바뀐 내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총수입 예상치는 정부안(370조7000억원)에서 1조4500억원만큼 줄어들었다.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을 낮추는 이른바 ‘부자 증세’를 통해 세수 4700억원, 대기업의 법인세최저한세율 인상으로 1900억원 등을 세수 증대가 기대됐지만 각종 세제 혜택들이 정부 원안에 비해 늘어나서다.
서비스업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용법안, 크루즈산업 육성 법안 등 정부가 중점 추진해 온 경제활성화법 중 절반은 다음 국회에서나 논의를 기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