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녀 대자보
'김치녀 대자보'가 온·오프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5일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는 '김치녀로 호명되는 당신, 정말로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벽보가 처음으로 붙었다.
'김치녀'란 온라인상에서 한국 여자를 비하할 때 쓰이는 단어다.
작성자는 "김치녀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과거부터 있었던 여성혐오는 나날이 악화되어 현재 '김치녀' '된장녀' 라는 노골적이고 일상적인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라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은 자신이 '김치녀'나 '된장녀'가 아님을 계속해서 증명해야만 합니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공중파 TV 프로그램은 못생기고 뚱뚱한 여성을 웃음거리로 삼고 비하하지만, 키 180cm 이하의 남자가 루저라고 말한 여성은 일자리에서도 쫓겨난 채 사회에서 매장당했습니다"며 남자와 여자를 향한 이중잣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더 이상 성형을 했다고 해서, 못생겼다고 해서, 연애 상대에 대한 취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처녀가 아니라고 해서, 섹스를 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여성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을 정당화 할 수 없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치녀들에게 안녕을 묻는 대자보에 화답하는 벽보 5건도 이어 붙었다. '민경'이라고 밝힌 고려대 학우는 '개념녀가 되기 위해 너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해서 안녕하지 못합니다'라는 제목의 벽보를 붙였다.
그는 "명품 가방 안 좋아하고 스타벅스 커피 안 마시고 남자들과 함께 된장녀를 욕하면 저는 개념녀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며 "그러나 성격도 좋아야 하지만 여자들과 너무 친해서도, 너무 친하지 않아서도 안 되고, 너무 많은 남자들과 친해서도 안 되고, 하지만 남자들과 친하지 않고 너무 도도해서도 안 되고, 내숭을 부려서도 안 되고, 과하게 털털하고 내숭이 없어서도 안 되고, 연애를 하면 상대와 섹스를 해야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처녀여야만 하고...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개념녀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또 "좁디 좁은 '개념녀'의 자리에 저를 놓는 불가능한 일을 그만두고 제가 살고 싶은 대로, 느끼는 대로, 원하는 대로 사는 데에 붙여지는 이름이 '김치녀'라면 그 이름을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치녀 대자보'들에 지지를 표하는 남학우도 벽보를 붙였다. '06학번 경제학과 박원익'이라고 밝힌 고려대 학생은 '정대후문이 '김치'의 성지가 될 조짐을 보며'라는 글을 게시해 "'왜 이토록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관해 자기검열을 해야 했는가'"라며 "이 사회의 모든 혐오 프레임을 '우스꽝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을 접한 네티즌들은 "김치녀 대자보, 공감한다. 종종 얘기해 왔던 부분이다. 지금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것은 장애다. 딱 그 정도의 대접과 기회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김치녀 대자보, 요즘 신종 정신병 중 하나가 여성 혐오증 이란다. 지금의 현실이다" "김치녀 대자보, 한국여성 혐오 때문에 저는 한국남성 혐오증에 걸렸습니다"며 공감하는 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