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 한혜진 “황정민과 멜로, 이게 웬떡이야” [스타인터뷰]

입력 2014-02-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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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로 인터뷰에 나선 배우 한혜진(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배우 한혜진은 SBS 예능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MC로 인지도를 높였지만 데뷔 10년이 넘은 베테랑 연기자이다. 예능 MC, 축구선수 기성용과의 결혼 등 연기 외적인 측면에서 화제를 모아오던 그녀가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로 연기자의 역량을 여실히 보여줬다.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의 불륜 연기는 예상 밖 연기변신이었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혜진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거의 생방송이에요”라고 웃음을 보이며 “촬영현장에서 바로 왔어요”라고 말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미모는 물이 올랐다. 인터뷰를 위한 사진취재 중 포즈를 취한 그녀에게 “예쁘다”는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한혜진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건달 태일(황정민)의 순수하지만 거친 사랑의 대상인 호정 역으로 열연했다. 아버지의 병수발 중 만난 태일은 그녀에게 귀찮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열게 된다. 태일과 호정의 사랑은 전혀 이뤄질 것 같지 않지만 묘하게 사랑스럽다. 한혜진의 멜로는 현실적인 설정 속 황정민과 만나며 깊이를 더했다.

“영화는 4번째 작품이지만 멜로 영화는 처음이에요. 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봤는데 너무 긴장을 해서 심장 박동수가 측정이 안 될 정도로 떨렸어요. 황정민 선배도 ‘혜진아 나 보이냐?’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어요. 처음엔 제가 못했던 부분만 자꾸 보여서 괴롭더라고요. 두 번째 볼 때부터 영화로 보이기 시작했는데 정말 좋았어요. 제 영화지만 관객도 빠져서 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로 인터뷰에 나선 배우 한혜진(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남자가 사랑할 때’는 전형적인 남성 영화이다. 특유의 황정민식 영화로 ‘신세계’ 제작진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그래서 한혜진의 존재는 더욱 빛이 난다. 황무지 가운데 홀로 핀 꽃처럼 한혜진은 영화에 색깔을 더했다.

“현장에서 정말 극진한(?) 대접을 받았어요. 한 번은 스태프 한 분이 로즈데이라며 장미꽃을 주시더라고요. 태일이가 효정이를 사랑하고 아껴주듯 사랑 받았어요. ‘여배우를 이렇게 오래 본 건 처음이에요’라고 말하더라고요.(웃음) 시나리오 자체의 힘도 있었지만 현장 분위기, 상대배우들이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한혜진을 가장 빛나게 해준 것은 황정민의 존재였다. 배우 황정민은 자타공인 연기파 배우로서 그 자체로 작품에 무게감을 전해준다. 한혜진에게도 황정민은 최고의 파트너였다.

“황정민이란 배우는 지금까지 스크린에서만 봤던 선배 연기자였어요.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할까’ 생각했던 배우였죠. 저의 상대역으로 맞붙는 상황을 상상할 때 많이 위축되고 긴장됐었어요. 막상 현장에서 황정민 선배를 만났는데 그냥 극중 태일처럼 보였어요. 말투, 행동, 분장, 의상에서 태일이 보였어요.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죠. 황정민에게는 그런 힘이 있어요. 저도 이끌려서 몰입할 수 있었어요.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처음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때도 ‘황정민 선배와 멜로인데 당연히 해야죠’라고 말했어요. ‘이게 웬떡이야’란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가 사랑할 때' 한혜진-황정민(사진 = NEW)

한혜진은 요즘 “결혼 후 더 활발히 활동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내조에 전념하지 왜 그렇게 독하게 활동하느냐”는 볼멘소리도 들려온다. 정작 한혜진은 변한 것이 없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결혼 전 촬영한 영화이고, ‘따뜻한 말 한마디’는 오랜만에 찍은 드라마이다. 결혼 당시 연기자로서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던 그녀였다.

“원래 1년에 한 작품씩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20~30대 초반에 좀 더 활발히 활동할 걸’이란 생각에 후회도 되요. 지금은 연기활동에 있어서 제한적이고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아쉽긴 하지만 활발히 활동하는 것처럼 보여 오히려 다행인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전력질주 중인 한혜진이지만 작품이 끝나면 다시 남편 기성용이 있는 영국으로 돌아간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는 주변 소리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이유다. 마음껏 연기하고 활동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연기자 한혜진에게는 더 없이 소중한 순간이다.

“드라마가 끝나면 바로 영국에 가야죠. 솔직히 한동안 못 나올 것 같아요. 지금도 혼자 있는 신랑에게 정말 미안해요. 신랑 옆에 머물면서 못 해준 아내 역할 잘해주고 싶어요. 차라리 지금 영화와 드라마로 인사드릴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안주하고 해가 바뀌었다면 더 망설이고 두려워했을텐데 용기 내길 잘했어요. 기회라는 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까지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잖아요. 도전해서 혼나고 다쳐도 작품을 통해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게 이런 기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에 용기내서 나왔어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로 인터뷰에 나선 배우 한혜진(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설 연휴에도 ‘따뜻한 말 한마디’ 촬영에 여념이 없던 한혜진은 “시청자의 호평에 요즘 감독님도 스태프도 모두 만족하고 있어요”라며 감사한 마음을 내비췄다. 밤마다 ‘남자가 사랑할 때’ 관객 수를 확인하기 위해 영진위 사이트를 보고 잠이 든다는 한혜진의 말에서 그녀가 연기자로서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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