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 김연아는 현역으로의 마지막 공식 경기인 소치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치고 은메달이 확정된 뒤 이 같은 소감을 가장 먼저 전했다.
김연아는 21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과의 합계 219.11점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금메달은 쇼트와 프리 합계 224.59점을 받은 개최국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다. 소트니코바 역시 인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몇몇 점프는 완벽하지 않았음에도 높은 수행점수(GOE)를 받는 등 기대 이상의 높은 점수를 얻었다.
억울할 법한 결과지만 김연아는 누구도 탓하지 않았고 실수 없이 경기를 마친 것에 기뻐했다. 오히려 “소트니코바는 연기에 비해 프리스케이팅 점수가 잘 나왔다”며 억울해하는 주변을 다독이기도 했다.
현역으로서의 마지막 무대를 금메달로 장식하려던 꿈도, 이 종목 26년 만의 올림픽 2연패의 꿈도 모두 아쉽게 포기해야 했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로 시작해 트리플 플립,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등으로 이어진 초반 3번의 점프를 깔끔하게 마쳤고 이후 전매 특허인 카멜 스핀에 이어 스텝 시퀀스를 이어가며 환상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다. 4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착지가 살짝 불안했지만 위기를 잘 넘겼고 이후 남은 과제들을 침착하게 마쳐 클린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7번의 점프를 모두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스텝, 스핀 등은 물론 풍부한 표정 연기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영국 BBC방송 중계진은 김연아의 연기가 끝난 직후 “김연아가 금메달일 것”이라고 전하며 “소트니코바와 경쟁하겠지만 김연아가 이보다 더 나은 연기를 할 수는 없다”고 평했다. 1984년 사라예보 올림픽과 1988년 캘거리 올림픽을 제패했던 카타리나 비트 역시 독일 국영 방송사인 ARD와의 인터뷰를 통해 “전혀 납득할 수 없는 결과”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방상아 SBS 해설위원은 판정에 대한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혼자 감당하기는 어려운 싸움이었다”고 평했다. 유독 김연아에게만 낮은 점수를 준 심판진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정재은 MBC 해설위원 역시 “심판진이 소트니코바에게 많은 수행점수를 줬고 김연아에게는 주지 않았다”며 판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현역으로의 마지막 무대를 은메달로 장식하며 자축했지만 금메달 연기를 펼쳤음에도 메달 색이 은색인 점은 못내 아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