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와 경기장서 즐기는 문화로 진화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연달아 열리는 ‘스포츠의 해’를 맞아 게임에서 파생된 대표적 문화콘텐츠인 e스포츠의 열기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과거 아는 사람만 즐긴다는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최근 가족, 친구들과 모여 함께 즐기는 방향으로 새롭게 진화되고 있다. 게임을 통해 다른 이들과 교감하고 함께 즐기는 분위기에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한국의 위상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특히 e스포츠 열풍을 이끌고 있는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이 이르면 오는 9월께 우리나라에서 열릴 예정인 만큼 이러한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리그오브레전드 시즌 3 월드 챔피언십’의 경우 이전 대회보다 약 4배 많은 3200만명의 전 세계인이 경기를 지켜봤다. 결승전의 경우 최고 시청자 수가 지난 시즌의 기록을 훌쩍 넘어서는 850만명으로 집계됐다. 경기가 열리던 당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10대 인기 검색어 순위를 관련 키워드가 모두 휩쓸기도 했다.
◇e스포츠의 태동 “스타 한판 할래?”= e스포츠의 역사는 2000년대 ‘스타크래프트’ 열풍에서 시작된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당구나 볼링이 아닌 컴퓨터 앞에 앉아 스타크래프트를 즐겼고, 전국적으로 ‘PC방 붐’이 일기도 했다. 여가 시간에 마음 맞는 동료들끼리 즐기던 이 게임은 방송 중계를 통해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 실력을 갖춘 게이머들이 등장하고 마니아층도 생겼다. 케이블 방송이긴 하지만 시청률이 고공 행진하면서 e스포츠의 토대가 만들어졌다.
젊은층의 선풍적 인기 속에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e스포츠로 불리기 시작했다. e스포츠협회가 만들어지고 대기업들이 창단을 시작하면서 본격적 틀을 갖췄다. 정규 ‘프로리그’가 생겨나고 전국에 수만명의 관중이 집결한 가운데 수백명의 프로게이머들이 겨루면서 e스포츠는 젊은이 사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대중가요, 영화 등과 같이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즐기는 새로운 관람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국내 e스포츠 산업은 2010년 e스포츠 승부조작 사건과 2012년 MBC 게임의 폐지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듯했다. 그럼에도 국내 프로게이머들이 각종 해외 e스포츠 대회를 휩쓸고, 업계가 부흥에 적극 나서며 e스포츠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업계의 적극적 e스포츠 ‘날갯짓’=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넥슨이다. 넥슨은 지난해 12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인 넥슨 아레나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개관했다. 국내 게임업체가 직접 e스포츠 전용관을 개설하고 운영까지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넥슨 아레나는 지하 2개층 규모의 게임 중계 전용 경기장이다. 전체 면적 1700㎡에 관람석 436개를 갖췄고, 중계실과 통신실을 비롯한 첨단 방송설비를 구비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중계를 위해 높이 4m, 폭 19m에 달하는 대형 LED 전광판도 설치했다.
앞서 곰플레이어로 유명한 그래텍도 지난해 3월 서울 목동에서 운영하던 e스포츠 전용관을 삼성역으로 이전하고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곰 강남스튜디오는 경기의 성격에 따라 규모를 적게는 200명에서 최대 250명까지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와 ‘월드오브탱크’ 경기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직장인들의 관심이 부쩍 늘어 주말 경기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그래텍은 e스포츠경기를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바로 시청할 수 있는 ‘곰EXP’앱을 출시했다.
서울시의 경우 문화체육관광체육부로부터 국비 지원을 받아 올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e스포츠전용경기장 개관을 서두르고 있다. 이 경기장은 800석 규모의 주경기장과 160석 규모의 보조경기장으로 구성된다.
방송전문업체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판도라는 CJ E&M의 게임전문방송채널 온 게임넷과 손잡고 리그오브레전드 최강자를 가리는 ‘롤챔피언스윈터리그’를 개최했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2013’에서 열린 개막전은 세계 150여개국에 생중계됐고 현장에도 2500여명의 관중이 운집해 경기를 지켜봤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정규 리그를 관람하러 부부가 유모차를 끌고 오기도 하고 아빠와 아들이 함께 방문하기도 한다”면서 “야구팬들이 야구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는 것처럼 e스포츠 현장을 방문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