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13억원, 남촌 11억6000만원, 가평베네스트 11억4000만원, 이스트밸리 10억500만원, 레이크사이드 10억원…. 수도권 주요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권 ‘증발’ 금액(역대 최고가에서 현재 시세의 차액)이다.
2000년대 후반 정점을 찍은 회원권 시세는 최근 수년 사이 반토막이 됐다. 에이스회원권에 따르면 경기 용인의 남부CC는 21억원(2008년)에서 8억원(현재)으로 무려 13억원의 시세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경기 가평의 가평베네스트는 2008년 19억원이었지만 현재 7억6000만원으로 11억4000만원이나 떨어졌다. 경기 광주의 이스트밸리는 16억2500만원(2007년)에서 6억2000만원,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는 13억원(2008년)에서 3억원이 됐다. 전국 회원제 골프장의 손실액을 따지면 약 12조원에 이른다.
그야말로 회원제 골프장 수난시대다. 골프장 급증으로 인한 회원권 가치 하락, 거기에 입회금 반환 대란까지 겹치면서 회원제 골프장은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회원제 골프장이 처음부터 이 같은 수모를 겪었던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해 회원권 시세가 공개된 1996년부터 현재까지의 시세를 살펴보면 ‘비상과 추락’, ‘정점과 바닥’이다.
우선 ‘비상과 추락’의 분기점은 IMF 직격탄을 맞은 1997년이다. 꾸준히 비상하던 회원권 시세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경기 성남의 남서울(2700만원·현재 1억1900만원), 경기 김포의 김포시사이드(4500만원·현재 5900만원), 경기 용인의 한성(3450만원·현재 7000만원) 등이 역대 최저가를 기록했다.
끝없이 추락하던 회원권 시세는 2001년을 기점으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민자영 에이스회원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높은 금리가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조성된 저금리 금융구조가 골프 회원권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부추겼다”며 “골프장의 투자가치가 집중조명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고 소개했다.
2000년대 초반 진행된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과 주5일 근무제 정착도 골프 회원권 시장 활성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골프 회원권 시세는 이때부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남부, 가평베네스트, 남촌, 이스트밸리 등 일부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은 10억원이 훌쩍 넘는 시세를 보이며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2700만원(1998년)까지 떨어졌던 남서울은 2007년 3억1800만원으로 치솟았고, 3050만원(1990년)이던 뉴서울은 4억400만원(2008년), 3350만원(1992년)이던 88은 4억원(2006년), 1990년 춘천CC로 문을 연 라데나는 2850만원(1998년)에서 3억500만원(2007년)으로 올랐다.
그러나 2008년 말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는 회원제 골프장 시대의 폐막을 알렸다. 전 세계적 불황으로 골프 회원권 시장은 1997년의 악몽을 재현하는 듯했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1997년과 비교해 폭넓은 수요층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었지만 회원권 시세 하락은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 바닥을 친 회원권 시세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0억원 이상의 고가 회원권 시대도 막을 내렸다. 2012년 7월 남부CC를 끝으로 10억원대 회원권은 모습을 감췄다. 남부는 현재 8억원으로 여전히 최고가다. 가평베네스트(7억6000만원), 이스트밸리(6억2000만), 남촌(5억9000만원) 순이다.
김기세 KS레저개발 대표는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골프장이 대부분 회원제인 만큼 어려운 시기다. 그러나 경영난에 시달리던 골프장이 새 주인을 만나면서 오히려 정상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회원제 골프장의 미래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