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 여성 심판 급증… 대부분 체력 한계 드러내 중도 포기
“여자요? 야구장에선 대장이라고 불러요.”
사회인 야구 심판 최말례(54·여)씨의 말이다. 그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여성 야구 심판이다. 그것도 경력 20년차 베테랑이다. 그가 그라운드에 서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라운드에서는 대장이란다. 바로 그것이 20년 동안 그를 그라운드에 서게 한 원동력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우연한 계기로 프로야구 기록원 일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심판에 도전하게 됐다.
“그라운드에서 선수들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지만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힘들었다. 남자들도 강한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인 야구는 1심(결승은 2심)으로 운영된다. 구심은 볼 판정은 물론 루심과 선심 역할을 병행해야 한다.
“사실 여자가 하기에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타구가 날아가면 그라운드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계속해서 뛰어야 한다. 사회인 야구 심판의 골밀도는 골프선수보다 높다(웃음).”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 “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어 좋다. 판정 하나에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지만 함께 땀을 흘리다 보면 사소한 감정은 금세 사라진다.”
그가 대장으로 통하는 이유는 단지 심판이라서가 아니다. 선수들을 휘어잡는 절대적 카리스마가 있다. 거기에는 그만의 성실성이 뒷받침됐다. “여자라는 생각은 버리고 죽을 각오로 해야 한다. 선수들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체력적으로 뒤져서도 안 된다. 인간인 이상 오심이 없을 수 없지만 오심을 최소화하기 위해 술도 마시지 않는다”며 남성 사이에서 20년간 버틸 수 있었던 나름의 비결을 털어놨다.
오상민 기자 golf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