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700MHz 할당따라 업계 성패
CJ헬로비전을 포함한 케이블 방송사들이 10일부터 UHD 전용 채널인 ‘유맥스(UMAX)’를 통해 UHD 방송을 상용화한다. UHD방송 상용화의 세계 첫 테이프는 우리나라가 끊지만, 대중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UHD방송 대중화를 위해서는 방송송출기술 확보, 콘텐츠 생산, UHD TV 보급이라는 삼박자가 선순환을 이뤄야 하는데, 업계간 이권 타툼이 치열해 어느 하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00MHz를 차지하라 =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되며 남은 700MHz 대역. 이 주파수 대역은 지상파, 유료방송사, 이동통신사에게는 그야말로 ‘절대반지’와 같다. 미래부가 이 주파수를 누구에게 할당하느냐에 따라 업계 구도가 완전히 뒤바뀌기 때문이다.
주파수를 통해 방송을 송출하는 지상파는 700MHz가 없으면 UHD 방송 송출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 지상파는 방송 콘텐츠 생산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송출만 할 수 있으면 지상파가 UHD 플랫폼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문제는 주파수 할당에 따른 비용이다. 지난해 이동통신 3사는 LTE 주파수 할당 경매가로 모두 2조4279억원을 지불했다. 지상파는 UHD 방송 대중화라는 대승적인 목적을 내세우며, 주파수를 공짜로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지상파의 이같은 배짱은 콘텐츠 생산 장악력에 기반한다. 게다가 지상파는 향후 생산한 UHD 콘텐츠를 유료방송사에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참에 10% 미만 수준인 직접 송신율을 끌어올려 유료 방송사와 플랫폼 전면전을 치르겠다는 것이다.
반면 케이블 선을 통해 방송을 내보내는 케이블 업계는 지상파의 700MHz 할당을 저지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UHD 콘텐츠 생산력이 지상파에 비해 절대적으로 떨어지는 만큼 송출까지 빼앗기면, 플랫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상파가 UHD 콘텐츠를 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케이블TV협회에 따르면 올해 케이블 업계가 확보할 수 있는 UHD 콘텐츠는 모두 200시간에 불과하다. 이 중 80%가 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이며, 외주사에 제작을 맡기거나 직접 투자해 제작하는 콘텐츠는 다 합쳐야 20% 수준이다.
이에 유료방송사는 이동통신사가 700MHz을 통신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있다. 스마트폰 보급이 대중화되고, 무선인터넷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면서 트래픽이 급증, 추가 주파수 확보는 필수적인 사안이 됐다. 미래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모바일 트래픽은 2009년 12월 한 달간 400TB에서 지난해 8만4078TB로 4년 만에 210배 증가했다. 게다가 지난 3일 이통3사 모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일제히 출시, 데이터 트래픽 증가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케이블TV 업계는 “콘텐츠 생산은 지상파가, 송출은 케이블이, 700MHz는 이통사가 가져가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간 이익구도가 달라 700MHz를 둘러싼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당국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역시 지난해 8월 연구반을 만들어 대안을 모색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자, UHD 실험방송을 위해 700MHz를 우선적으로 지상파에 할당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LG UHD TV 출시는 했는데… 어디에 파나? = UHD 방송 활성화의 핵심인 콘텐츠 업계 성장 전망이 어두워지자 UHD TV를 출시한 삼성, LG 등 전자업계도 덩달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삼성전자에 치여 몰락의 길을 걷던 소니는 UHD TV뿐 아니라, 소니엔터테인먼트, 소니픽처스를 통한 콘텐츠 생산체계까지 확보하며 UHD방송 시장에서 세계 최강자로 떠올랐다.
중국 업체들은 저가 UHD TV를 생산하며 전 세계 시장 잠식에 나섰다. 올해 판매되는 130만대의 UHD TV의 70%를 중국산이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계적으로 UHD 시장이 점차 열리고 있다는 의미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은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14’에 다녀온 후 기자간담회에서 “업계가 싸우고 있는 동안 일본·중국에 UHD 시장을 다 빼앗기게 됐다”며 “UHD 방송 생태계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