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무혐의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남재준 국정원장을 무혐의 처분하는 등 결국 증거조작 지시 윗선을 밝혀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4일 국정원 대공수사국 이모(54ㆍ3급) 처장 등 국정원 직원 4명을 기소하고, 1명을 시한부 기소중지하는 내용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국정원 김모(48ㆍ일명 김 사장) 과장과 국정원 협조자 김모(61) 씨를 지난달 31일 구속 기소한데 이어 이날 추가로 이 처장과 주선양총영사관 이모(48ㆍ4급) 영사를 불구속 기소했다. 또 주선양총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소속 권모(50ㆍ4급) 과장을 시한부 기소중지했다.
이 처장과 권 과장, 이 영사는 모해증거위조, 모해위조증거사용, 허위공문서작성,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처장과 권 과장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혐의도 추가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 증거조작은 이 처장의 지시 내지 묵인 아래 권 과장과 김 과장 등이 실무를 주도하고 이 영사가 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처장과 권 과장, 김 과장은 공모해 중국 허룽시 공안국 명의의 사실조회서를 위조하고 이를 마치 허룽시에서 직접 발급받은 것처럼 가장해 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간첩사건 피고인 유우성(34) 씨의 변호인이 제출한 중국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답변서를 협조자 김 씨를 통해 위조한 뒤 이 영사에게 허위 영사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또 중국 측이 위조로 지목한 허룽시 명의 유씨의 출입경기록과 관련해 이 영사에게 '사실과 틀림없다'는 내용의 허위 확인서를 작성하도록 한 뒤 이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처장을 불구속 기소한 배경에 대해 검찰 진상조사팀장인 윤갑근 검사장(대검 강력부장)은 "이 처장이 증거입수와 관련해 총 책임자는 맞지만 구체적 범행을 한 것은 과장급 이하"라며 "밑에서 (증거조작) 방법을 고안해 보고하면 이 처장은 승인 결재하는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조 관련)자금 집행은 수사처장 전결이고, 전문 전결은 부국장이 맞다"면서도 "전자결재로 이뤄지다 보니 확인하지 않고 결재했다고 주장하고 처장이나 과장들도 상세한 구체적 내용을 위(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여 남재준 국정원장이 증거위조를 지시하거나 개입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윗선 개입 의혹을 밝히기 위해 최모 대공수사국 부국장을 소환조사하고 이모 대공수사국장을 서면조사했다.
그러나 국정원 수사팀 등 관련자들이 부국장 이상 상급자에게 증거 입수 경위에 대해 보고한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데다 국정원 전문 등의 물증도 이와 부합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수사는 더이상 진행되지 못했다.
검찰은 유우성씨 간첩사건의 수사 및 공판을 담당한 이모 부장 등 검사 2명을 무혐의 처분했다.
검사들이 증거위조 등에 관여하거나 위조문서를 알고도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혐의점이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다만 허위 문서를 증거자료로 제출하는 등 공소유지 과정에서 상당한 과실이 드러난 만큼 대검 감찰을 통해 징계할 계획이다.
검찰은 아울러 자살을 기도한 권 과장에 대해선 현재 병원 치료 중인 점을 고려해 치료가 끝날 때까지 시한부 기소중지 결정했다.
검찰은 이번 주 중 특별공판팀을 구성해 향후 증거조작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길 계획이다.
남재준 무혐의 소식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무혐의로 밝혀진 것은 검찰이 수사 의지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특검을 통해 증거조작의혹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남재준 무혐의에 의혹의 눈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