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겨는 벌써 김연아가 그립다…열악한 환경 탓 유망주 발굴 한계

입력 2014-05-1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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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길었던 선수 생활을 돌아보면 눈물이 난다.”

6일 고별 무대를 마친 김연아(24)의 은퇴 소감이다. ‘피겨여왕’ 김연아에 있어 17년간의 선수생활은 애증의 시간이었다. 그가 피겨 불모지에서 써내려간 기적의 시나리오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고단한 행보였다. 피겨 전용 빙상장 하나 없는 척박한 연습 환경 때문이다.

김연아는 “피겨 전용 빙상장이 하나라도 있다면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현역 시절에도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피겨 전용 빙상장은 김연아 은퇴 후에도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들은 훈련 때마다 빙상장을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신세다. 빙상장 대관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에 30개밖에 안 되는 빙상장을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등 다른 종목과 함께 써야 하는 탓에 이른 새벽이나 한밤중에나 훈련이 가능하다. 점프나 스핀 등 고난도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영하 3∼5도로 부드러운 빙질이 필요하지만 수익구조상 아이스하키 기준(영하 11도)에 맞춘 딱딱한 빙질이 대부분이다. 피겨 선수들이 대부분 무릎과 허리 부상에 시달리는 이유다.

김연아의 등장 이후 피겨 전용 빙상장 준공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러나 전용 빙상장은 아직도 꿈 같은 이야기다. 링크 건립은 몇 차례 추진됐지만 늘 예산 부족에 부딪혔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직후에도 빙상장 건립이 추진됐지만 이 역시 막대한 예산 탓에 취소됐다.

전용 빙상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사안이다. 수익을 포기하며 이를 운영하려는 지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연아를 이을 유망주 발굴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국 피겨는 김연아 이후 붐을 맞았다. ‘김연아 키즈’의 열풍 덕에 선수층은 예전보다 두터워졌다. 국내 종합선수권 참가자는 2009년 45명에서 2013년 88명으로 늘었다. 실력도 향상돼 어지간한 점프로는 주목받지 못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주니어 시절 기량을 시니어 무대까지 이어가지 못한다. 김해진(과천고)과 박소연(이상 17·신목고)도 그렇다. 두 선수는 2012년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또래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러시아), 폴리나 에드먼즈(이상 16·미국)와 확연한 실력 차를 보였다.

열악한 인프라 탓만이 아니다. 고가의 비용도 중도 포기를 부추기는 원인이다. 김동성 KBS 쇼트트랙 해설위원은 “빙상장 대관료와 레슨비, 스케이트, 의상비, 거기에 코칭스태프와 안무가, 트레이너, 해외 전지훈련까지 감안하면 피겨스케이팅은 빙상 종목 중 가장 많은 돈이 드는 종목”이라고 말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4년도 채 남지 않았다. 정부는 사후에도 피겨스케이팅 등 동계종목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한 강릉시 빙상장은 대회 이후 상업시설이나 일반을 위한 실내체육관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피겨 전용 빙상장은커녕 국가대표 훈련시설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연아 전과 비교해 환경적으로 달라진 게 없다. 평창올림픽이 아니라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4년 뒤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으려면 대한체육회와 빙상경기연맹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가 뜻을 모아야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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