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07년 충남 태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 인근 당진 지역 어민들은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1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사7부는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유조선사인 허베이스피리트사가 지난해 1월 사정재판에서 피해금액 22억원을 인정받은 충남 당진시 송산면 가곡어촌계 소속 어민 27명을 대상으로 제기한 민사소송 선고공판에서 “채권자들의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사정재판이란 법원이 원고가 신청한 피해 당사자 적격 여부, 피해 종류, 규모, 금액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판정을 내리는 일종의 예비재판이다. 이해당사자 중 한쪽이 법원 결정에 불복하면 별도의 민사소송이 진행“된다.
재판부는 “기름유출 사고 후 당진지역에서 발견된 기름은 용무치해안과 대난지도 등에서 타르볼 형태로 발견된 12㎏에 불과하며 이 역시 사고 후 2∼3개월이 지난 뒤에 발견돼 유조선에서 나온 기름인지가 의문”이라며 “이 정도의 기름으로 수산자원이 감소했다고 볼 수 없고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사정재판에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당진지역 어민 4500여명이 허베이스피리트사를 상대로 제기한 3건의 소송 역시 피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민들은 사고 후 조업제한 조치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진지역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조업제한 조치가 없었던 만큼 손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산지원 민사6부도 사정재판에서 피해를 인정받지 못한 서천지역 맨손어업 어민 이모씨가 유조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지난해 1월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사정재판을 통해 태안 기름유출 사고에 따른 피해금액이 주민 직접피해 4138억원, 해양 복원사업에 사용된 비용 등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채권액 2174억원, 방제비용 1029억원 등 모두 7341억원에 달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펀드)의 사정작업에서 피해금액으로 산정된 1824억원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지만 피해주민들이 피해액으로 청구한 4조2000억원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어서 국제기금과 피해주민들 사이에 십수만 건의 민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주민 측에서 최근 소송을 취하한 사례가 6000여건, 법원의 화해권고를 받아들여 소송이 종료된 사례가 500여건이다.
이날 판결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 피해 보상과 관련해 서산지원에서 진행 중인 12만2000여건의 소송 중 판결을 통해 대규모 피해주민의 피해 여부와 규모가 가려진 첫 선고이다.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5마일 해상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의 충돌로 원유 1만2천547㎘가 유출됐다. 삼성중공업은 피해주민과 국제기금 간 소송과는 별도로 국회로부터 지역발전 출연금 3600억원이 지난해 11월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