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치열한 월드컵 중계전쟁 중이다. 각 방송사는 다양한 근거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시청률 1위라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각 방송사가 시청률 근거로 활용하는 지표는 시청률조사회사 닐슨 코리아로 동일하다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 하게 된다. 특히 지난 18일(한국시간) 대한민국 러시아와의 첫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는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영표, 김남일, 송종국, 안정환, 차두리)이 대거 등장해 지금까지 쌓은 자신들의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해설위원으로서 기량을 뽐냈고, 어느 방송사 중계방송이 시청률 1위를 하게 될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었다.
경기 직후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했다. 순수 경기시청률, 2049시청률, 일일시청률, 실시간 시청률, 광고시청률, DMB시청률, pooq(실시간 TV) 시청자수 등이다. 각 방송사는 자신들이 시청률 우위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이러한 용어들을 언급하며 적극적인 PR에 나선 것이다. 통상 TV 프로그램 시청률을 말할 때 일일시청률을 기본근거로 삼는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시청률 분석 자료들이 등장해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일일시청률에 따르면 승자는 KBS였다. KBS의 러시아전 시청률은 전국기준 16.6%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김성주와 송종국 안정환이 중계에 나선 MBC는 13.5%, 배성재와 차범근이 중계한 SBS는 8.5%를 각각 기록했다. 전반전과 후반전 90분 경기만을 놓고 보는 순수 경기 시청률에서도 KBS가 22.7%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MBC는 18.2%, SBS 11.6%를 기록했다.
이에 질세라 MBC는 2049시청률 카드를 내밀었다. 20세부터 49세까지의 시청률로 MBC가 수도권 기준 7.1%의 시청률을 기록해 KBS(4.9%), SBS(3.1%)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MBC의 가구시청률이 KBS에 밀린 이유에 대해서는 출근시간과 겹친 데다 KBS의 60대 이상 시청률이 높은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뿐만 아니다. 모바일 시청수단 자료를 활용하기도 했다. DMB는 MBC가 0.14%를 기록, 타방송에 비해 점유율 50%로 우세했다. pooq 시청자수 역시 MBC가 3만 874명으로 SBS(1만5913명)와 KBS(1만2822명)보다 점유율면에서 52%를 자치했다는 근거를 내밀었다.
SBS는 시청률 수치면에서 MBC와 KBS에 비해 열세에 놓이자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재치있는 입담과 소신발언을 언급하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자 고군분투 중이다.
방송 3사가 시청률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광고 수익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액의 중계권료 지출을 메워 자체 손실을 막기 위함도 당연지사다. 특히 방송가가 한국전에 집착하는 이유는 광고시장에서 한국전을 중심으로 패키지로 묶어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고액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대형이벤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하는 방송사나 TV 프로그램, 해설위원이 주인공이 돼서는 안 된다. 방송사가 시장논리에 집착하는 동안 정작 주인공이 돼야 할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조연으로 전락하는게 아닌지 우려가 된다. 방송사 역시 자존심 싸움과 자신들의 배를 불리기보다 내실 있는 해설로 시청자와 공감대를 형성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