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을 비켜갈 수 있는 우회로는 없다. 우리의 실력을 키워 넘어서야 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최근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글로벌 시장선점을 위한 경쟁 가속화, 신흥시장 침체, 저환율 등 3대 위협 요인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는 1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정몽구 회장 주재로 해외법인장 회의를 열고 하반기 글로벌 생산 및 판매전략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현대·기아차 해외법인장 등 총 6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정 회장은 글로벌 생산 규모에 걸맞은 품질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인 만큼 제품 개발·설계 단계부터 품질 점검에 주력하고, 품질 교육을 확대 운영할 것을 지시했다. 또 현지 소비자에 특화된 제품 개발 및 고객 중심의 서비스, 마케팅 전략 수립에 주력해 고객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 시장 재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와의 소통과 협력 확대를 통해 부품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지역별 판매 네트워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정 회장의 이같은 위기의식 강조는 최근의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국내외 글로벌 시장에서 작년 상반기(383만6445대) 대비 5.4% 증가한 404만3415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특히 미국, 중국, 유럽 등 산업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시장은 물론, 신흥시장까지 고르게 판매가 신장하면서 해외에서만 지난해 상반기보다 5.9% 증가한 347만8217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세계 자동차 시장에 부정적 영향 요인이 산재해 있어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는 대도시 자동차 구매제한조치가 확대 시행되고 있고 유럽은 독일,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국들의 제조업 경기 둔화와 더딘 고용 회복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제약받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성장동력이었던 신흥시장도 미국의 양적 완화와 지역별 정정불안 등으로 침체 기조를 나타내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주요 신흥국의 전년동기비 완성차 판매증가율은 러시아(-5.6%), 브라질(-5.1%), 인도(-3.0%)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아세안과 중남미의 판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내수 시장은 2분기 이후 소비심리 위축, 한·유럽(EU)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추가 인하에 따른 유럽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 임단협 과정에서의 생산차질 가능성 등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상항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산업수요 증가에 대비, 시장 선점 차원에서 올해에만 200만대 가까운 생산능력을 확충했으며,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엔저 수혜를 바탕으로 일본 업체들은 공격적 할인 공세에 나서고 있다.
한편, 세계 완성차 산업수요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6213만대 이후 지속 증가해 작년 8106만대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도 작년보다 3.6% 늘어난 840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