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하루에 한 갑(20개비) 피우면 연간 57만원에 이르는 세금을 낸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성인 남성 흡연자의 연간 평균 담뱃세는 46만원으로 대기업에 입사한 대졸 남성이 받는 초임 연봉의 근로소득세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하루에 담배를 한 갑 피우면 하루에 1천550원, 한 해에 56만5천641원의 담뱃세를 간접세로 납부한다. 현재 2천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은 약 1천549원으로, 가격의 61.9%를 차지한다.
납세자연맹이 국내 성인 흡연남성이 하루 평균 피우는 담배가 16개비라는 보건복지부의 통계를 토대로 국내 성인 남성 흡연자가 내는 연간 평균 담뱃세를 산출했더니 45만5천341원에 달했다.
세금에는 담배소비세(641원), 지방교육세(320.5원), 국민건강증진기금(354원), 폐기물 부담금(7원)과 10%의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다.
연봉 3천500만원인 미혼 남성 근로소득자의 실제 평균지출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평균 근로소득세는 46만7천827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남성 대졸자의 평균 초임연봉은 3천만∼4천만원 수준이다.
이 남성이 연금저축(300만원), 보장성 보험료(100만원), 지정기부금(25만원), 신용카드(1천500만원), 현금영수증 및 체크카드(600만원), 전통시장(30만원), 대중교통(60만원) 등 연간 지출을 가정한 결과로, 국내 성인남성 흡연자의 평균 1년 담뱃세와 거의 같다.
아울러 담뱃세는 기준시가 3억7천500만원짜리 주택소유자가 내는 재산세(45만9천원)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기준시가는 통상 시가의 70∼80%에서 결정 고시되는 만큼 실제 기준시가 3억7천599만원의 주택은 시가 약 5억5천만원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고 납세자연맹은 설명했다.
또 담뱃세는 연 2.5%의 금리인 정기예금 상품에 1억1천900만원을 예치해 얻을 수 있는 이자소득 297만5천원에 대한 이자소득세(45만8천169원)와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담뱃세 인상은 세수보다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며 담뱃세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담뱃세는 소득이 낮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는 '소득 역진성'이 가장 심한 조세항목이다.
또 담배가격이 올라도 담배를 끊지 못하는 저소득 계층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비영리(NGO)단체의 반론이 만만치 않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는 세금이 부족할 때마다 술, 담배, 카지노 등에 죄악세 명목으로 세금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저소득자일수록 소비가 많은 담배에 엄청난 세금을 물리는 것은 공평과세에 어긋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