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년 동안 하나의 편지가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숱한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아직도 대중의 입에서, 그리고 가슴에서 회자되고 있는 편지는 바로 차인표가 2001년 5월에 아내 신애라에게 쓴 편지다. 신애라가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21, 28일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남편 차인표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보여주면서 다시 대중의 관심을 유발한 것이 바로 차인표의 편지다. 차인표의 편지는 숱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오르내리며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있다.
기자가 한국일보 재직당시 ‘가족에게 띄우는 편지’ 시리즈의 일환으로 차인표에게 아내 신애라에 보내는 편지를 써달라고 원고 청탁을 해 받은 편지는 2001년 5월24일 한국일보에 게재됐다. 이후 차인표의 편지는 국내외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아내 신애라는 이 편지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고 했고 가정과 부부 관련단체에서는 이 편지를 교재로 활용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또한 기업은행 등 기업에서는 이 편지를 보고 차인표의 CF모델 섭외(이투데이 29일자 14면 ‘기업과 스타-기업은행과 차인표’ 참조)등이 본격화되기도 했다.
수많은 네티즌과 대중의 편지 전문 소개 요청과 함께 신애라의 미국유학 발표로 인해 다시 화제가 된 차인표가 신애라 에게 띄운 편지를 소개한다. 다음은 수많은 사람들을 가슴 뭉클하게 했던 차인표의 편지 전문이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여보. 오늘 드디어 우리집 계약을 했죠. “당신이 원하는 건 뭐든지 다 해줄 수 있다, 다 들어주겠노라”고 큰소리치면서 결혼한 지 6년2개월 만에 당신이 그리워하던 우리집이 생겼네요.
아까 집을 함께 둘러보면서, 당신은 무엇을 생각했나요? 나는요, 예전에, 우리 결혼하던 시절을 생각했어요. 아주 오래 전도 아닌, 불과 몇 년 전인데, 참 아득하게 느껴지네요. 금반지 한 개 달랑 주고, 나는 공짜로 당신과 결혼을 했어요. 이등병 때 한 결혼이지만, 자신 있었어요.
제대만 하면, 정말 당신을 행복하게, 원하는 건 무엇이든지 들어주면서 여유롭게 살 자신이….
그런데, 그게 아니네요. 나만 여유롭게 살았네요. 당신은 억척스럽게 살았네요.
며칠 전, 1년 만에 용제 씨 부부와 노래방에 갔을 때, 당신은 "요즘 노래는 아는 게 없다"면서 당황해했었죠? 나는 속으로 더 당황했어요. 당신이 모르는 최신곡들,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요.
당신, 결국 작년 이맘때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렀죠? 연애할 때, 두 시간을 불러도 다 못 부를 정도로 많은 노래를 알던 당신이었는데, 왜 노래를 못 부르게 되었나요? 그동안 무얼 했나요? 결혼 6년, 나는 어느새, 못난 남편이 되어 있네요. 러닝머신에서 5분도 뛰지 못하고 헐떡거리는 당신에게 “마라톤대회 나가야 하니 아침 일찍 인절미 구워달라”고부탁하는 철없는 남편이 되어 있네요. 우리는 생생한 젊음들끼리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그새 왜 나만 이리 잘 뛰고, 잘 놀게 되었나요? 내가 운동하고, 노래 부르는 동안, 당신은 무얼 했나요? 당신은 정민이 낳고, 놀아주고, 밥 먹이고, 또 놀아주고, 기저귀 갈아주고, 목욕시키고, 동화책 읽어주고, 또 기저귀 갈아주고, 그러면서 내 얼굴 피부 나빠졌다고 억지로 피부과 데려가 마사지 받게 하고, 젊게 보여야 한다고 백화점 데려가 청바지 사주고. 당신은 아줌마면서, 나는 총각처럼 만들려고 애쓰면서 살죠.
당신은 농담처럼, 우리집에는 아기가 둘이 있다고, 근데 큰 애가 훨씬 키우기 힘들다고 말하죠. 신혼시절 당신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큰소리쳤던 나는, 결혼 6년 만에 당신의 큰 아기가 되어 있네요. 미안해요. 난 당신의 큰 아기인 게 너무나 행복했지만, 당신은 참 힘들었죠.
앞으로는 당신이 나의 큰 아기가 되세요. 서툴지만, 노력하는 당신의 아빠가 될게요. 결혼할 때 내가 했던 말, 기억하나요? 당신이 "나를 얼마큼 사랑해?" 하고 물으면, “무한히 사랑해”라고 답했었죠. 이제 그 말 취소할래요. 나는 당신을 작년보다 올해 더 사랑합니다.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구요,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이 사랑할 겁니다. 당신은 어느새 존경하는 내 어머니의 모습을 닮아 있네요. 당신 옆에 오래 있을게요. 당신은 오래만 살아주세요.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