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가 대중문화계 패러디 열풍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이순신’이다.
10일 오전 8시 개봉 12일 만이다. 사상 최단 기간 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명량’의 영향력이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개성 있는 재해석 아닌 뚝심 있는 소환만으로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남녀노소에 소구했다. 대중문화를 넘어선 정치, 사회적으로도 그의 존재가 다시금 떠올랐다.
김한민 감독은 언론 시사회에서 “화석화된 광화문 한복판의 이순신 장군 동상을 많이 봐왔다. 영화를 통해 생생히 살아있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정견, 바른 안목을 지닌 이순신 장군의 정신이 깃드는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한민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밝힌 염원은 파죽지세의 ‘명량’ 흥행을 타고 이순신 장군의 바른 안목에 전면적으로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로 이어졌다. 위기상황의 ‘결단력’, ‘책임지는 자세’, ‘자신의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정재계마저 새삼 ‘이순신 리더십’을 앞장서서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전 국민적 슬픔을 빠뜨린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이 컨트롤 타워의 부재라는 것에 뼛속 깊이 공감대가 파다한 상황에서 열세를 극복하고 성공적 결과를 초래한 이순신 장군의 역량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이처럼 올곧은 자기믿음과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리더에 대중은 존경을 마지않는다.
열렬히 부흥하고 있는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이다. 그러나 이것이 허무한 바람이 되지 않으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따로 있다. 모두가 떠받드는 ‘성공 비기’ 기저엔 병사들을 비롯한 민초에 대한 마음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장선을 버리고 떠난 부하들의 배에 끝까지 신뢰를 놓지 않았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지켜보며 울부짖기만 하던 백성들로 하여금 온 마음을 다해 치마라도 펄럭여 정성을 보태게 만들었다.
버리고 떠난다는 건 배반이다. 이를 목도한 거인은 신뢰를 놓지 않았다. 존경으로 기록되는 역사의 한 현장이다. 400년 후 오늘 같은 바다에선 그 리더는 없었다. 작은 거인들마저 모조리 가라앉은 그 회오리 바다엔 불신만이 남았다.
‘이순신 리더십’을 강조하기 이전에 뼈아픈 반성이 우선이다. 치열한 해상 전투 현장 아래선 전심으로 부단히 노를 저었던 민초들이 있었다. 이들을 빼놓지 않고 조명한 ‘명량’이다. 바로 승리를 이끈 이순신 장군의 원동력이자 최후 지향점이었기 때문이리라.
천심을 얻지 않고 리더로서 한발 나아간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역사가 말한다. 이를 뚝심있게 밀어붙인 ‘명량’에 응답한 1000만 관객이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