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순교자 124위 시복식이 있던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은 새벽 4시부터 시복식에 참석하기 위한 신도들과 교황의 모습을 보기 위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 현장에 모인 인원은 바티칸 추산 80만명으로 예측됐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이렇게 많은 인파가 광화문에 집결한 것은 처음이었다. 또 대규모 인파의 집중에도 사고, 소란, 쓰레기 없이 조용히 마무리됐다는 점은 한일월드컵 “세계를 놀라게 했다”던 우리 국민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교황의 방한을 의미 있게 다루던 외신은 교황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AP통신은 “시복식 미사에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매우 인상적인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 신문 역시 “광화문에 대규모 인파가 모였다. 한국 가톨릭은 다른 국가들과 달리 자생적으로 발생했다”고 주목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시복식 미사를 찾았다”고 보도했고, AFP통신은 “일부 참석자들이 오전 3시 30분부터 광화문 광장에 나와 조용히 성경을 읽으며 오전 10시에 시작하는 미사를 기다렸다”고 전했다.
낮은 자세로 임하는 교황의 방한이 시련 속 우리 사회에 ‘힐링’의 의미로 작용하고 있는 동시에 외신들에게는 교황을 진정으로 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화제다. 단순히 교황에 환호하고 진심으로 영접하는 것을 넘어 교황 방문으로 촉발된 사회 전반적인 긍정의 분위기, 질서정연함 속에 교황의 행보에 주목하는 조용한 아침의 나라, 천주교를 국한되지 않고 대다수 국민들이 교황의 메시지에 주목하며 삶에 반영하고, 희망을 찾는 열정, 고난을 극복하고 발전된 미래를 추구하는 능동적 행태 등 교황의 방한이 불러일으킨 우리 국민들의 긍정 에너지는 외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주요 헤드라인으로 보도하는 내용 중 하나다.
우리 사회에 외신이 주목했던 적이 또 있었다. 지난 3월,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의 서울 촬영 당시였다. 당시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청담대교, 세빛둥둥섬, 상암동 DMC단지, 한강뚝섬공원, 강남사거리 등 서울 주요 장소에서 ‘어벤져스2’의 촬영이 진행됐다.
2012년 개봉돼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었던 ‘어벤져스’의 한국 촬영은 우리 사회를 전 세계에 투영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도로를 통제하는 등 시민들의 불편이 야기됐지만 우리 사회의 ‘협조’는 고스란히 한국 사회에 대한 세계적 인식을 향상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벤져스2’ 조스 웨던 감독은 영화 촬영으로 인한 서울 시민의 불편에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하며 “저희는 이 영화를 사랑하고, 또한 서울을 사랑합니다. 저희가 사랑하는 이 두 가지를 한군데에 담아서 전 세계에 최초로 보여줄 것입니다. 적어도 미국에선 서울 배경의 영화는 아직 없었는데 ‘어벤져스2’에서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정말 특별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영화 ‘킬빌’, ‘라스트 사무라이’ 등 수많은 할리우드 영화는 중국, 일본을 배경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중국과 일본은 곧 아시아 문화로 대변됐다. 그런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지금도 일본, 중국에 비해 한국에 대한 세계적 인식은 낮다. 2014 GDP 기준 세계 14위의 경제대국이자 UN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지만 ‘KOREA’는 여전히 북한으로 반문되며 대다수 외국인들이 어디에 위치한지도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세계적 문화 행사들로 인해 수면 위로 떠오른 우리의 문화 수용 자세가 참 인상 깊다. G20 정상회담 등 수많은 정상들의 방한에도 국제적 인식의 고취, 경제 지표의 향상 등 긍정적 효과는 있었지만 교황의 방한, ‘어벤져스2’ 서울 촬영 등 문화로 인한 파급력은 그야말로 지대하다. 한류가 전 세계에 맹위를 떨치며 우리의 역량을 보여준 것처럼 한류의 근원지인 우리 사회는 문화를 받아들이는 행동과 사상에서 우월한 입지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2008년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미국 ABC 드라마 ‘로스트’에는 ‘한강대교’가 시골 냇가의 작은 다리만도 못하게 묘사된 바 있다. 동양계 할리우드 스타 대니얼 대 킴 등 한국인 설정 배우들의 한국어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었다. 우리 배우 김윤진이 주연으로 출연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세계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복식을 보며 광화문 광장의 정갈함과 주변 인프라의 선진화된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오는 2015년 개봉 예정인 ‘어벤져스2’에서 묘사될 한국은 적어도 ‘로스트’의 ‘한강대교’ 같지는 않을 것이다. 일련의 문화 행사가 보여줄 우리의 선진화된 문화 인식은 ‘한류’의 힘을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동시에 국가 이미지를 고취시키는 지름길로 작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