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3사, 서늘해진 날씨 맞춰 ‘진한 맛’ 경쟁
맥주 최대 성수기 여름이 끝나가면서 국내 주요 맥주업체들이 늦여름과 초가을을 겨냥한 새판 짜기에 돌입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카스와 하이트 등 기존 브랜드에 주력하면서도 서늘해진 날씨에 맛이 풍성하고 진한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한 대격전이 예상된다.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성적 부진에 따른 특수 실종과 마른장마 등 날씨 탓에 성수기 대목을 놓친 맥주업체들은 하반기 총력전에 사력을 집중할 태세다.
오비맥주는 하반기 지난 4월 출시한 에일맥주 ‘에일스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다양한 맛의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에일맥주 시장이 나날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첫선을 보인 정통 영국 스타일의 에일스톤은 출시 넉 달 만에 7만9000상자(500㎖/20병)를 판매하며 순항 중이다. 연말까지 목표로 했던 판매 물량의 87%에 달하는 수치다. 이 같은 판매 속도라면 당초 목표의 두 배 초과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에일스톤의 인기의 비결은 목 넘김이 좋고 상쾌한 라거맥주와 달리 진하고 깊은 맛이 특징인 정통 유럽식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에일맥주는 라거맥주 일색이었던 국내 시장 성향을 고려할 때 일부 맥주 마니아 위주로 소비될 것으로 봤지만, 당초 예측보다 저변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에일맥주가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한 만큼 올 하반기 마케팅과 영업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0년 98만7500상자 규모였던 에일맥주 시장은 지난해 196만1300상자로 3년 만에 두 배가량 성장했다. 전체 맥주 출고량(1억8000만~1억9000만 상자 추산)의 1%가량이어서 성장 잠재력은 크다.
오비맥주가 에일로 늦여름 마케팅에 시동을 걸었다면 하이트진로는 뉴 하이트와 더불어 ‘맥스’에 집중하고 있다. 맥스는 출시 이후 맥주 본연의 맛과 특유의 깊은 풍미를 강조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소비자의 입맛과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하이트진로의 간판 브랜드다. 2006년 9월 출시 후 2010년까지 연평균 40% 이상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 맥스는 출시 4년 만인 지난 2010년 9월, 누적판매량 11억3000만병을 돌파했고 2010년 연간 판매량도 1500만 상자(500㎖×20병)를 넘어섰다. 2013년 2월까지 맥스 누적 판매량은 14억병 이상이다. 맥스의 점유율은 출시 2년 차였던 2007년 3.0% 돌파, 2008년 4.5%, 2009년 7.0%, 2010년 9.3%, 2011년 8.8%, 2012년 8.1%로 단일 브랜드로는 보기 드문 성장세를 이어왔다.
맥스의 인기 요인은 세계 시장에서도 최고의 맥주로 통하는 맛과 품질에 있다. 옥수수전분 등 잡곡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보리의 깊은 맛과 고급 아로마 호프(hop)의 풍부한 향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특히 맥스는 세계 3대 맥주 품평회 중 하나인 ‘IBA 2013(The International Brewing Awards 2013)’에 처음 출품해 참가부문 최고상인 금상을 받았다. IBA에서 상을 받은 국내 브랜드는 맥스가 유일하다. 지난해 5월에는 ‘2013 AIBA(Australian International Beer Awards)’에 출품해 2년 연속 동상을 받기도 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출시 때부터 고객의 사랑을 받아온 맥스는 이미 세계적인 품질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선선한 날씨에 더욱 많은 고객이 맥스의 우수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마케팅과 함께 품질관리를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양대 산맥의 위세에도 초반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주류 ‘클라우드’의 행보도 관심을 끈다. 클라우드는 지난 4월 22일 출시 100일 만에 2700만병(330㎖ 기준)을 팔아치웠다. 롯데주류 측은 “1초에 약 3병, 하루에 약 27만병씩 팔린 수치로 맥스, 에일스톤, 드라이피니시d 등 경쟁사 제품들의 출시 100일 판매량을 뛰어넘는 기록”이라고 밝혔다.
클라우드는 100% 맥아만을 사용하는 올 몰트 맥주(All Malt Beer)다. 유럽산 최고급 호프를 제조 과정에서 차례로 투입하는 ‘멀티 호핑 시스템’을 채택, 차별화된 맥주의 거품과 풍미를 자랑한다. 또한, 맥주 발효 원액에 물을 추가로 섞지 않고 맥주를 만드는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공법으로 맥주 본연의 깊고 풍부한 맛을 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공법은 보통 독일, 영국, 북유럽 등 정통 맥주를 추구하는 나라의 프리미엄급 맥주가 채택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클라우드의 우수한 제품력과 마케팅 활동이 맞물려 판매량과 제품 인지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며 “맥주 전문점이나 바(Bar)같은 고급 매장을 중심으로 입점률을 높이고 대형마트 등 판매처에서 브랜드 노출을 강화하여 프리미엄 맥주로서의 입지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