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공들인 정책 잇달아 좌초…조직사기 ‘뚝’
정부는 11일 국무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위한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내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1차 감축계획기간(2015~2017년) 동안 기업들이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가 16억8700만톤으로 확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는 애초 정부가 시행하기로 확정했던 안보다 5800만톤가량 많은 것으로 사실상 크게 후퇴한 것이다.
이달초 저탄소차협력금제의 시행시기가 2015년에서 2012년으로 6년 미뤄진 데 이어 환경부의 굵직한 정책에 잇달아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정부는 대형차에 부과되는 부담금으로 친환경차에 지원금을 주는 이 제도가 대형차 위주인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부작용이 매우 크다며 시행을 전격 유보했다. 일단은 6년 연기한 것뿐이지만 사실상 도입이 무산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실 이 같은 결과는 친시장·친기업적 성향이 뚜렷한 최 부총리가 ‘경제사령탑’에 앉자마자 예상됐던 것이었다. 최 부총리는 취임 후 첫 현장방문에서 배출권거래제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제계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환경단체와 환경부 등의 우려가 제기됐지만 ‘실세 부총리’의 힘은 강력했다.
환경부는 2010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논의 당시 2013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재계의 강한 반발로 시행이 2015년으로 늦춰졌다. 공교롭게 당시 제도 시행을 늦추는데 결정적 역할은 한 사람이 바로 최 부총리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던 최 부총리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산업계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국익 차원에서 제도 도입 논의 자체를 그만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었다.
환경부 내부에서는 자조 섞인 한탄의 목소리가 들리는 등 조직의 사기가 떨어지는 모습도 관찰된다. 기재부와 환경부는 예전부터 경제정책 등에서 반대 입장을 보여 왔지만 지금처럼 일방적인 파워게임이 벌어진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두 제도 모두 경제계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오랫동안 추진했던 정책”이라며 “6월 개각때 장관이 재신임을 받아 주요 정책들이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정반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