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보 1순위 박 회장, 실탄 규모 확인 안돼…홍 회장과 합종연횡 나서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오른쪽 사진>이 인수 후보 1순위에 올라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자금력을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홍 회장의 판단이 이번 인수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오는 25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함에 따라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 마련에 들어가면서 홍 회장 판단 하나로 인해 인수전 판도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인수 후보 1순위 박삼구, 실탄 규모 확인 안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서 출자전환을 통해 보유중인 금호산업 지분 57.5%의 매각에 착수했다.
금호산업은 금호그룹의 핵심 기업으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1%를 가져 최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터미널은 금호고속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쥐고 있다. 다시말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 고구마 줄기 엮듯 금호그룹 핵심계열사들이 따라오는 셈이다.
이에 박 회장이 보유한 채권단 보유 주식 ‘50%+1주’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매수권을 활용하면 경영권 인수 기준인 과반 지분 획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박 회장 금호산업의 몸값이 급등하면서 자금력은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10일 종가 기준(2만6200원)으로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 지분 57.48%의 시가는 약 5123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고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은 물론 그에 딸린 에어부산, 금호터미널 등의 경영권까지 감안하면 인수 가격은 8000억∼1조원은 된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박 회장이 돌원할 수 있는 실탄 규모는 확인된 게 없다. 박 회장은 2011년 11월 금호석유화학 주식 전량을 409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대금 대부분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 자금으로 소비됐다. 박 회장 일가가 보유한 금호타이어 지분 7.99%도 전부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다. 지금 당장 인수자금으로 활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돈 급한 박 회장, 홍 회장과 합종연횡 나서나 = 현재 투자업계에서 박 회장이 재무적투자자들에게 눈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대우건설 풋백옵션 미상환 사태로 재무적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채권자인 산업은행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홍 회장은 표면적으로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회장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수자가 누가 됐건 산은이 금호산업 인수금융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특히 박삼구 회장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고 특혜시비가 일 수 있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르는 법. 시장에서는 홍 회장의 심중을 끝없이 추적하고 있다. 이날 일부 언론에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홍 회장을 만났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금호산업 인수전에서 홍 회장이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산은 관계자는 "홍 회장은 이부진 사장을 비롯해 호텔신라 측 누구와도 만난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홍 회장이 나설 경우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형평성 문제다. 산업은행은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 때 다른 대기업과 다른 잣대를 적용했다는 지적 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에 대해선 박 회장의 경영권을 인정해주고 우선매수청구권까지 부여해 재기의 기회를 준 반면, STX의 강덕수 회장에는 경영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했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다.
산은 관계자는 "금호산업은 인수전은 현재 선택지가 다양하고 경우의 수가 여러통로를 통해 도출 될 수 있다"며 "좀더 명확한 인수후보는 설 명절이 지나가면 수면 위로 떠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