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동남아서 5건 1.6조원 토목공사 수주…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경험으로 신흥국 공략
대림산업은 최근 인도네시아 전력공사와 어퍼 치소칸 수력발전소 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급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회사는 세계은행의 차관을 지원받아 2693억원 규모의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로써 대림산업은 올해 동남아시아에서만 총 5건, 약 1조6000억원에 이르는 토목공사를 수주하며 해외 시장 다변화에 성공했다. 지난 6월 까리안 다목적댐 건설공사에 이어 이번 공사까지 수주하면서 인도네시아에서만 2건의 댐 공사를 수행하게 됐다.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강자라는 현재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디벨로퍼(Developer)의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디벨로퍼란 EPC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발굴 및 기획, 지분 투자, 금융 조달, 건설, 운영, 관리까지 전 프로세스를 아우르는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 사업자를 의미한다. 민간 업체의 자금을 수혈받아 발전소,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할 수 있어 재원이 부족한 동남아, 아프리카 등 이머징 마켓에서 수요가 풍부하다.
대림산업은 디벨로퍼 사업으로 포천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호주 밀머랜 석탄화력발전소를 통해 해외 민자발전 시장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네팔에서도 수력발전소를 디벨로퍼 사업으로 진행 중이며, 파키스탄 정부와 정부ㆍ민간 공동개발사업 형태로 500MW급 수력발전소 건설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오는 2016년 착공에 들어간다. 회사 측은 또 지난해 12월 세계 19위 EPC업체인 스페인 아벤고아(Abengoa)와 수력발전ㆍ댐ㆍ상하수사업 분야의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아벤고아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전 세계 물사업 분야에서도 디벨로퍼 사업자로 활동하겠다는 복안이다.
◇과거를 도약의 발판으로=대림산업은 1939년 목재상회인 ‘부림상회’로 출발, 1966년 건설업계 최초로 베트남 지역에 진출했다. 미 해군시설처(OICC)에서 발주한 베트남의 라치기아 항만 항타 공사를 87만7000달러에 수주하고 같은 해 2월 초 공사 착수금 4만5000달러를 한국은행에 송금하게 됐다. 대림산업의 ‘외화 획득 1호’ 타이틀은 바로 이때 세워졌다.
대림산업의 기록은 계속됐다. 1973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지점을 설치,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가 발주한 정유공장 보일러 설치공사를 16만 달러에 수주했다. 이는 국내 건설업계의 첫 해외 플랜트 수출이었다. 1975년 1월엔 쿠웨이트에 진출해 슈아이바 정유공장 기계 보수 공사를 착공, 중동 건설 시장에서 기반을 다졌고, 1975년 9월에는 국내 최초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정유공장 건설 공사를 수주하면서 ‘아프리카 진출 1호’의 기록까지 이뤄냈다.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사 중 ‘해외 진출 1호’ 기록을 가장 많이 가진 기업으로 우리나라 국가 경제의 기틀을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굵직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EPC 시장을 개척해온 대림산업은 세계적 저성장 기조 속에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할 것을 감안해 신사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육성, 위기상황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룹의 발전 및 석유화학 역량을 살려 글로벌 디벨로퍼로 도약할 계획 역시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다.
◇IPP 디벨로퍼로 ‘우뚝’=앞으로 대림산업은 민자발전(IPP)분야의 디벨로퍼로 활동할 방침이다. IPP는 민간업체가 투자자를 모집해 발전소를 건설한 후 일정 기간 소유·운영하며 전력을 판매, 투자비를 회수하는 모델이다. 대림산업은 이미 지난 2013년 호주 퀸즐랜드 밀머랜 석탄화력발전소 지분을 인수하면서 해외 민자발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대림산업은 향후 발전소를 직접 운영, 연료 조달, 발전소 유지ㆍ보수, 효율적인 전력 공급 등 다양한 노하우를 얻을 것으로 기대를 걸었다. 특히 세계적인 전력난 속에서 동남아, 인도 등 신흥 국가들이 급격히 팽창하는 전력 소비를 감당하기 위해 대규모 발주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림산업은 LNG 및 석탄화력발전소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IPP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