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이 걸림돌… 현대홈쇼핑 실탄 9000억원, 추가 M&A 매출 적극 찾을 것
현대백화점그룹은 20일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와 관련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매도인 KTB PE 측과 매각 가격과 관련해서 갈등을 빚어 거래를 포기했다”며 결국 가격이 인수의 걸림돌이 됐다고 전했다.
업계는 그동안 동부익스프레스의 새주인이 현대백화점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보유한 실탄(현금 보유금)도 충분했고, 정 회장의 의지도 강했다. 정 회장은 유통 물류로 이용했던 현대로지스틱스가 롯데그룹에 인수되면서 새로운 물류 채널을 확보해야겠다고 판단했고, 유통과의 시너지 효과는 물론 종합 물류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큰 그림까지 그렸었다.
그러나 KTB PE와 현대백화점 양측은 가격을 비롯해 직원 위로금과 매각자의 사후보증, 소송 등에서 마찰을 빚었다.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쟁점 사안에 대한 의견이 수시로 엇갈리며 정지선 회장 등 경영진에 보고되는 내용 역시 계속 바뀌어 KTB PE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지지부진한 거래 과정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후 현대백화점이 인수 포기 의향을 밝히자, KTB PE는 매각 가격을 500억~700억원 가량 낮추고 현대백화점이 요구한 거래 조건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막판 절충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은 신뢰관계가 무너진 KTB PE와는 협상할 이유가 없다며 거절했다.
KTB PE와 큐캐피탈은 지난해 5월 동부그룹이 경영권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3100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 경영권을 상실하면서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이 결정됐다. 업계에선 당초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해 3000억원 안팎으로 내다봤다.
한편, 동부익스프레스 인수는 물건너갔지만 정 회장의 공격적인 M&A 행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그룹 회장에 오른뒤 M&A를 통한 사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한섬이 그의 M&A 첫 작품이다. 인수가격 차이를 놓고 한 차례 협상이 결렬되자 정재봉 한섬 사장을 직접 만나 4000억원 이상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담판짓기도 했다.
정 회장은 2011년부터 작년까지 조명(현대LED), 가구(현대리바트), 패션(한섬) 등 제조업 분야까지 M&A를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는 정 회장이 선언한 ‘2020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적인 행보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2010년 창립 39주년 때 2020년 그룹 매출 20조원,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한섬을 인수한 현대홈쇼핑의 경우 보유금이 9000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은 “현대홈쇼핑은 백화점이나 아웃렛과 달리 출점이 필요 없어 내부보유금 9000억원을 M&A에 모두 투자할 수 있다”며 “그룹과 시너지를 낼수 있는 차원에서 콘텐츠를 확보한 기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