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집’ 만든 B.U.S는
바위집을 탄생시킨 B.U.S는 2014년 문을 연 건축가 집단이다. 국내 각기 다른 성격의 건축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은 박지현, 이병엽, 조성학 3명의 건축가가 물리적인 공간 이상의 집을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해 만든 곳이다.
B.U.S는 ‘by undefined scale’의 약자로 ‘규정되지 않은 스케일로부터’를 뜻한다. 특정한 프로세스나 개념, 가치 등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집채만한 바위가 집의 일부로 녹아들어 바위집이 될 수 있었던 것처럼 예상치 못한 출발점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이끌어 내는 강한 실험 의지를 내포한다.
B.U.S건축의 독특한 건축 정신은 홈페이지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일반 건축 스튜디오와 달리 이곳의 홈페이지는 쇼핑몰로 만들어져 있다. 장기적으로 건축의 소비 방식에 대한 고민이 함께 녹아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박지현 건축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건축을 건축가와 함께 시작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공사 혹은 부동산 사무소를 기반으로 집을 짓는다”며 “지속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건축플랫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U.S 건축의 밑바탕은 소통이다. 건축주가 살아온 삶의 과정과 가치관을 듣고 그들의 마음을 읽어야 인생을 담아낼 집을 만드는 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평 강상면의 오솔집은 이렇게 탄생했다. 8살 큰 딸과 7살 둘째 아들, 걸음마를 뗀 막내를 가진 젋은 부부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집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부부는 특히 집이 지어질 대지 안의 텃밭과 오솔길을 마을 사람들이 계속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뜻밖의 요청도 더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땅을 최대한 확보해 자신만의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과 달리 부부는 땅의 일부를 마을사람들과 공유하려 했다.
세 사람은 이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오솔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바깥에 머무는 길이 아닌 집 안과 연결된 길로 만들었다. 집 안의 도서관길, 화장실길, 거실길, 옷장길, 식당길 등 다양한 길이 바깥의 오솔길과 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오솔집은 세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자 세상으로 나가고 동시에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된 셈이다.
대지 한 편에 자리잡고 있던 폐축사도 활용했다. 당초 B.U.S 측은 건축주 아버지가 직접 지어 사용한 폐축사의 구조재를 집의 노출보로 사용하려 했지만 이 방법이 난관에 부딪히면서 다른 방도를 생각해야 했다.
B.U.S 건축가들이 생각해 낸 건 바로 테이블. 안쪽과 바깥쪽이 분리돼 아이들이 사용할 경우 안쪽만 따로 분리하고, 가족이 다같이 쓸 때는 결합할 수 있는 형태의 테이블이다. 폐축사에 배어 있는 건축주 아버지의 삶,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목구조재를 통해 테이블로 되살아났다. 건축주와의 소통이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강한 실험의지’의 실현을 가능케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