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의 어느 날, 결혼식 후 인천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선배: 공항 가고 있니? 갑자기 아기가 아파서 결혼식 못 갔네. 미안.
나: 별말씀을요. 아기는 괜찮아요?
선배: 다행히 큰 이상은 없데. 아! 네가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허니버터칩’ 구했다. 신혼여행 다녀오면 줄게.
나: 앗!! 선배~ 진짜 감사해요!!
2년 전 ‘허니버터칩’ 인기는 그야말로 핫(Hot) 했습니다. 돈이 있어도 살 수가 없었죠. 슈퍼마켓 주인과 문자를 주고받는 정도의 권력(?)은 있어야 맛볼 수 있는 귀한 과자였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판매가격의 3배가 넘는 5000원에 거래되기도 했고요. 경기도 한 펜션에서는 경품으로 ‘허니버터칩’을 내걸어 인질 마케팅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신드롬이었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소문을 접하고 한 달간 슈퍼ㆍ마트ㆍ편의점을 뒤졌지만 구할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혼식 후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받은 ‘선배의 득템 전화’는 강렬한 감동을 남겼습니다. 한 달 보름간의 간절함 끝에 맛본 ‘허니버터칩’은 역시나 맛있었습니다. 왜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지 알겠다 싶었죠.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요즘도 동네 슈퍼에선 이 과자를 사는 일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1년 반 째 완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허니버터칩’이 다음 달 주식 시장에 입성한다고 합니다. 이를 생산하는 해태제과식품 말입니다. 유동성 위기로 시장을 떠난 지 14년만입니다. 우선 공모 희망가는 1만2300~1만5100원입니다. 수요예측을 통해 내일(22일) 가격이 결정되면 27~28일 청약을 하죠. 매매는 다음 달 11일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허니버터칩’(해태제과식품)은 주식 시장에서도 핫할까요? 전문가들의 시식평(기업분석)을 살펴보겠습니다.
◇오소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올해 매출 8620억원 예상”
해태제과식품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 13% 각각 늘어난 8620억원, 53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신제품 ‘타코야끼볼’ 인기가 대단하죠. 해태제과식품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이달부터 공장 풀가동에 들어갔는데요. 올해 연말까지 180억원(월 20억원×9개월)의 추가 매출이 기대됩니다. 다음달 ‘허니버터칩’ 공장 증설이 마무리되면 308억원(월 44억원×7개월)도 더 벌 수 있을 겁니다. 공모가 밴드로 따져본 해태제과식품의 기업가치는 주가수익비율(PER) 13.7~16.8배인데요. 국내 음식료 평균 PER이 19.5배임을 고려하면 14~30% 정도 할인돼 있습니다. 참고로 PER은 주가를 순이익으로 나눈 지표로써 “이 주식이 싼가? 비싼가?”를 들여다볼 때 확인합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 “타코야끼볼로 제품 경쟁력 재입증”
크라운제과 자회사인 해태제과식품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제과기업입니다. 해태가루비ㆍ글리코해태 등 일본 유명 제과업체와 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사업 확장에 성공했죠. 해태제과식품은 지난해 7980억원의 매출을 거뒀는데요. 제과업계 침체에도 불구하고 ‘허니버터칩’ 인기로 전년보다 16% 늘었습니다. 올해 2월 출시된 ‘타코야끼볼’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요. 초기 생산물량 60만개가 벌써 완판(완전판매)됐다죠. 차별화된 제품 개발력을 또 한 번 입증한 셈입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 “공모가 1만5100원으로 결정 시 신중히 접근”
해태제과식품의 투자 매력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됩니다. 우선 누가바, 맛동산, 홈런볼 등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탄탄한 매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허니버터칩’ 인기에 시장점유율도 늘고 있고, 일본 제과기업 합작으로 신제품 기획력도 좋죠. 공모자금으로 빚을 갚으면 올해 이자비용은 최대 50억원 감소할 것입니다. 이러한 장점을 고려하면 공모가 밴드(범위)가 비싼 건 아니지만, 정체기를 걷고 있는 한국 제과 시장에서 추가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만약 밴드 최상단인 1만5100원으로 공모가가 결정된다면 주가 상승 여력은 20~25%(1만8100~1만8800원)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