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포켓몬 고(Go)를 아는 사람과 아직 모르는 사람.”
요즘 미국에서 유행하는 말입니다. 출시된 지 아흐레밖에 안 됐지만, 그야말로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게임이죠. 한 호주인은 “서비스도 안 되는 나쁜 나라”라며 싱가포르를 비하했다가 직장에서 해고됐고요. 운전 중에 게임을 즐기던 미국인 남성은 나무를 들이받아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속초에서 포켓몬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평일 오전 강원도행 버스표가 매진되는 전례 없는 일까지 벌어졌죠.
“포켓몬 Go가 도대체 뭐길래?”
‘포켓몬 Go’는 위치정보 시스템과 증강현실(AR)이 결합한 모바일 게임입니다. 말이 어렵죠. 직접 한번 해볼까요?
우선 구글 플레이(혹은 애플 앱스토어)에서 ‘포켓몬 Go’를 검색해 앱을 내려받으세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정식 출시되진 않았지만, 해외계정을 이용하면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앱을 실행시킨 뒤 현실 세계를 걷다 보면 진동이 울릴 겁니다. 근처에 포켓몬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제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에 보이는 몬스터볼을 던져 포켓몬을 잡으면 됩니다. 인기가 좋은 ‘꼬부기(물 타입)’는 호수나 강 주위에서 자주 나타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물론 아직은 속초 등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포획된 포켓몬은 다른 유저(사용자)들과 대결을 펼칠 때 사용할 수 있습니다. 2~5km 거리를 일정 속도 이상으로 뛰면 인큐베이터에서 직접 알도 키울 수도 있고요. ‘현실 속 내가 가상으로 들어가 실제처럼 포켓몬을 사냥하는 재미’가 이 게임의 흥행 포인트입니다.
“그래 봤자 모바일 게임이잖아. 뭐 그리 난리야?”
게임에 별 관심이 없는 분이라면 이런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 GO’에 돈이 몰리고 있다면요? 한 소셜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 GO’ 상품입니다. 속초행 왕복 버스표를 내놨네요. 몬스터 스팟으로 알려진 영랑호와 엑스포타워를 둘러보는 코스입니다. 오늘(14일) 아침 선보인 이 상품은 판매 몇 시간 만에 200건(오후 3시 기준) 넘게 팔려나갔다고 합니다.
속초시는 밀려드는 유저 덕에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 있는데요. 어제부터 속초 내 편의점에선 휴대폰 충전기와 이어폰, 선크림, 생수 등 ‘사냥 도구’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호텔ㆍ펜션 등 숙박업소도 빈방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요.
‘포켓몬 GO’의 위력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 게임은 모바일 환경 적응에 실패한 ‘닌텐도’가 구글에서 분사한 ‘나이앤틱’과 힘을 합쳐 만든 작품(?)입니다. 그런데 지난 6일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에서 게임이 출시된 이후 닌텐도 주가가 수직상승하고 있습니다. 일주일 만에 75% 넘게 뛰었다고 하네요.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16조7000억 원에 달합니다. 지난해 순이익의 3배라고 하네요.
코스닥도 가만있을 수 없죠. 게임 관련주들이 강세입니다. 어제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은 한빛소프트는 오늘도 20% 가까이 급등했고, 드래곤플라이 역시 6.4%나 오르며 1만1000원을 넘어섰습니다. ‘미국 앱 매출 1위’와 같은 달콤한 키워드들을 투자자들이 놓칠 리 없죠.
이 같은 ‘포켓몬 GO’ 광풍에 개발사는 본격적인 돈 몰이에 나섰습니다. 나이앤틱의 존 행크 최고경영자(CEO)는 게임 이용자들이 많이 몰리는 장소(몬스터 핫스팟)를 기업에 팔 계획이라고 합니다. 스폰서를 모으겠다는 의미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한국에선 언제쯤 출시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모릅니다. 유저가 몰리면서 닌텐도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 데다, 우리나라가 보안상의 이유로 구글에게 지도를 안 주고 있거든요. ‘포켓몬 GO’를 모방한 게임이 조만간 국내서 출시된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으니 위안을 삼으며 기다릴 수 밖에요. “IT 강국 한국에서 왜 ‘포켓몬 GO’ 같은 게임을 만들지 못했나”하는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