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업체에 수십억 원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24일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배임·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청구된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주요 범죄혐의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은 내부 검토를 통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남상태(66)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 대가로 바이오업체 B사에 55억 원대 투자계약을 체결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사는 해조류에서 에탄올을 추출해 연료로 활용한다는 내용의 사업으로 투자를 받았지만 실제 이를 실현할 기술은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강 전 행장은 종친인 강모 씨가 운영하는 건설업체 W사에 대우조선해양이 특혜성 투자를 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W사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50억 원대의 투자를 받은 업체다.
강 전 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인 2011년 한성기업에 180억 원의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한성기업은 연 5.87~5.93%의 저리로 대출을 받았는데, 한성기업은 당시 다른 시중은행으로부터는 연 6.4% 선에서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우근(68) 한성기업 회장은 강 전 행장의 경남고 1년 후배로, 한성기업은 2011년 7월 B사의 지분을 취득하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2011년 무렵 주류업체 D사의 청탁을 받고 B사 대표 김모(46) 씨를 통해 백운찬(60) 당시 조세심판원장에게 영향력을 행사, 2064억 원대 추징금을 1940억 원으로 낮추도록 한 혐의도 적용됐다.
특수단은 지난 19일 강 전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뒤 21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사 과정에서 강 전 행장은 "평생 조국을 위해 일했고, 공직에 있는 중에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자신을 둘러싼 의혹 대부분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