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온 나라가 피해를 보고 있잖아요. 그런데요. 직접적인 쇼크는 사실 우리가 제일 크다고 봅니다.”
창조경제박람회에 참가한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낮은 목소리로 주위를 의식했다. 역대 최대규모로 열린 행사였지만 행사장 곳곳은 조용함을 넘어 삭막하기까지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가 고스란히 스며든 모습이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1층 B홀에서 2016 창조경제박람회 개막식을 열었다. 올해 행사는 '내일의 변화, 오늘에 담다'라는 주제로 이날부터 나흘 동안 열린다. 1687개 기관과 718개 벤처기업·스타트업이 참여해 시작 전부터 역대 최대규모임을 자랑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행사 이전부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성과를 알리기 위한 행사지만 분위기는 여느 때와 달랐다. 화려한 개막식과 달리 행사장은 썰렁했다. 대규모 박람회답지 않게 곳곳은 무거운 분위기가 가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충격도 그만큼 무거웠다는 의미다.
여느 정부 행사처럼 기조강연이나 기념사, 축사도 없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주요 인사가 참여해 행사의 개막을 알리는 퍼포먼스만 치렀다. 자칫 최근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 탓에 비난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 탓이었다.
그저 최양희 장관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방문하는 부스는 북적댔다. 다양한 증강 또는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순서가 즐비해 보는 이들의 눈길을 잡아끌기도 했다.
이처럼 화려한 개막 퍼포먼스가 펼쳐진 행사장의 반대편은 곳곳이 한산한 분위기였다. 관람객을 맞아야할 각 스타트업의 부스는 썰렁했다. 평일 오전인 탓에 행사 주최측 인원을 제외한 일반 관람객들은 많지 않았다. 미래부 장관과 주요 인사 등이 관심을 보이는 부스에만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가득했다.
행사장의 부스는 고유번호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들어섰다. 부스별 특화성을 인정하지 않아서였을까. 푸른색을 테마로 꾸민 부스는 넘치는 아이디어만큼 다양하지 않았다. 획일화된 모습이 가득했다.
행사에 참가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이어진 최순실 쇼크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지만 우리처럼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이번 (최순실)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지요. 보세요.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질런지. 그리고 관심을 가진다고 해도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지 않고 있습니다.”
행사장에서 만난 대기업 관계자 역시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이 (창조경제)사업이 추진된다는 보장만 있어도 열심히 해보겠다”며 “그런데 확실하게 보여지는게 없으니까 이런저런 사업을 추진하기에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반면 미래부 관계자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오히려 일련의 의혹 탓에 창업 생태계가 위축되거나 침체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주무부처로서 당연히 추진해야할 행사 아니겠는가”라며 “올해로 4회째를 맞고 있는데 최근 (국정농단)사태가 벌어지기 이전부터 준비하고 기획했던 박람회”라고 말했다.
또 “그동안의 성과를 모아서 성공 사례를 확인하는 시간이 있는데, 그렇게되면 행사의 의미가 더 커질 것”이라며 “실질적인 투자나 구매상담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쇼크가 이어진 이후 창조경제 예산이 연이어 반감되거나 전액 삭감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로 창조경제센터의 센터장을 구하지 못하는 곳도 존재한다.
행사장을 빠져나올 때까지 한산한 곳들이 많았다. 심지어 부스만 존재하고 자리를 지켜야할 담당자가 없는 곳도 쉽게 눈에 띠었다. 올해 창조경제박람회는 국정농단 사태 탓에 사상 최대규모라는 수식이 무색해졌다. 최순실 쇼크의 무게를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