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비리'로 재판에 넘겨진 정준양(68) 전 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상득(82) 전 새누리당 의원의 측근에게 협력업체 지분을 인수하도록 한 조치가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김도형)는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정 전 회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이 전 의원은 또 다른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징역 1년 3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포스코 협력업체 '티엠테크'가 설립된 시기는 2008년으로, 포스코의 신제강공장 고도제한 민원 문제가 발생하기 전이어서 연관성이 없다고 봤다. 포스코 임원들이 이 전 의원을 찾아가 '도와달라'고 부탁한 최초의 시기가 2009년 8월인데, 포스코가 이 전 의원의 측근 박모 씨에게 티엠테크 지분을 넘겨주기로 확정한 시점이 이보다 빨라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티엠테크 설립 당시 포스코 회장은 이구택 씨여서 그 후임자인 정 전 회장의 직무와 직접 관계가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에게도 "제3자 뇌물수수 책임을 물으려면 직무 행위와 관련한 대가 관계, 그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한다"며 "검찰 주장만으로는 범죄 요건이 입증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다만 이 전 의원이 조모 전 포항제철소장 등을 통해 측근들에게 일감을 몰아줘 13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한 부분은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헌법상 청렴 의무를 저버리고 지위를 남용해 직무와 관련 있는 대가성 있는 이익을 제3자에게 공여하도록 했다"며 "이로 인해 국회의원 직무집행의 공정성, 불가매수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