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투자 활성화 대책을 보고했다. 대책에서 눈길을 끄는 건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다.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들은 생산한 제품을 자신의 제조장이나 영업장에서 판매하거나 타인의 영업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맥주 시장의 다양화와 경쟁 촉진을 위해 소규모 제조업자의 소매점 유통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상반기 중 전문가 간담회와 공청회를 개최하고 주세법령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어서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와 관련된 규제도 재검토된다. 현재 하우스맥주와 일반 맥주업체는 맥주를 만드는 용기로 구분한다. 용기가 75㎘를 초과하면 일반 맥주업체, 이하면 소규모 맥주 사업자다. 소규모 맥주 사업자는 생산량 구간별로 세제 혜택을 받지만, 생산을 늘리려고 75㎘를 초과하는 용기를 사용하면 혜택을 받지 못했다. 생산설비 규모를 확대하려면 일반제조면허를 다시 취득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어 사업 확장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를 개선하고자 4분기 ‘맥주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맥주 제조면허 관련 규제에 대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하우스맥주를 생산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애주가로 알려진 정 부회장은 2014년 외식 브랜드의 콘텐츠 강화를 목적으로 강남에 프리미엄 하우스맥주 전문점 ‘데블스도어’를 오픈했다. 데블스도어는 2014년 11월 오픈 이후 최근 누적 고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매장 방문자 수도 매년 10% 이상 늘어 2016년 4월에 부산 센텀시티, 같은 해 9월 하남스타필드에 2, 3호점을 연이어 오픈했다.
출점 당시 대기업이 골목상권에까지 침범한다는 비난 여론도 있었던 데블스도어의 생산 용기는 강남점이 25㎘, 하남스타필드점이 30㎘로 소규모 사업자에 속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소비자가 데블스도어를 찾지 않아도 이마트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당일 나온 정책으로 (이마트 판매에 대해) 논의된 바가 없지만 수제 맥주의 특성상 길지 않은 유통기한 때문에 유통과정에 어려움이 있어 판매가 어려울 것”이라며 “맥주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류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이 매년 증가하는 수입맥주의 성장세를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2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술’ 풍조가 확산하면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수입맥주의 비중이 최근 사상 처음으로 국산 맥주 매출을 넘어선 바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최근 10여 년간 수입맥주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는데, 하우스맥주의 소매점 판매가 활성화하면 이러한 현상을 대체할 것”이라며 “기존 대형 주류업체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나 소규모 제조업자의 가격경쟁력(주류세)이 담보된다면 일정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