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과제로 삼은 실손보험료 인하 현실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임명이 얼마전에 마무리된만큼 정책협의체를 거쳐 실제 민간보험사에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손보험료 협의체 회의 언제쯤…보험사 “절충안 도출 쉽지 않을 것”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복지부와 금융위를 중심으로 구성될 공·사 정책협의체 회의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실손보험료 인하 유도를 주요 과제로 발표한 건 한 달 전이다.
당시 또한 국정위는 ‘(가칭)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연계법’을 마련해 연내 제정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 정책을 연계해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고 총 국민 의료비를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위는 실손보험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공·사보험 정책협의체에서 손해율 산정방식을 표준화하고 공·사 의료보험 상호작용, 비급여 의료실태, 실손 손해율 현황 등 실태조사·분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보장 확대에 따른 실손 보험 손해율 하락효과를 통계적으로 산출 및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여기서 추정된 통계를 기반으로 내년 상반기에 실손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방침이라는 것도 밝혔다.
이번 협의체 구성원은 지난해 조성된 바 있는 ‘실손의료보험 제도정책협의회’와 유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협의회는 실손보험 관련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됐다. 이때 복지부 차관·금융위 부위원장 공동주재로,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금융감독원, 보험개발원, 보건사회연구원, 보험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당국과 업계 예상대로 이 협의회 구성원으로 운영한다면 최종구 금융위원장 체제의 금융위 조직 재정비가 마무리돼야 협의체가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에 대한 보험-의료업계간 의견이 달라 협의체가 구성된다고 해도 안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사이익 논란’ 보험사 “적자 상품” VS 의료업계 “실손 적자, 보험사·금융당국 책임”
실손보험료 인하에 대한 보험업계와 의료업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갈등은 2년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하 보사연)에서 언급한 ‘반사이익 1조5000억 원’에서 시작됐다.
보사연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행된 2013년부터 올해까지 보험사들이 1조5244억 원을 반사이익으로 거뒀다고 추정했다. 비급여 항목이 급여로 바뀌면서 보험사의 지급보험금이 줄어든 것이 보험사의 이익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반사이익은 커녕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은 탓에 연간 1조6000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실손보험료 인하가 실제로 이뤄진다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현황 파악에 나섰다. 보험사들이 손해율을 제대로 책정했는지 등을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손해율 문제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보험료 산정 방식 등을 훑어보고 있다”며 “보험사간 비교 중이라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적자를 언급하자 의료업계는 곧바로 문제의 원인이 보험사와 금융당국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이달 14일 성명을 통해 “실손보험의 적자 원인은 민간 보험사간 과당 경쟁과 의료과다 이용을 부추긴 부실한 보험상품 설계 및 판매, 그리도 과도한 사업비 지출 등을 주도한 민간 보험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의료적 측면을 무시하고 경제적 측면에서 민간보험 시장의 활성화를 추진하면서 민간 보험사 및 보험상품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금융당국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업계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절충안이 나오는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협의체에서 어떤 의견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