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규모인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사업이 현대건설 손에 들어갔다. 이사비 논란 등 지나친 과열 양상에 정부의 시정명령까지 내려진 진흙탕 수주전이었지만 결국 현대건설이 GS건설을 누르면서 사업비 10조 원 규모의 한강변 최대 단지에 깃발을 꽂았다.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날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현대건설이 전체 2194표 중 60%인 1295표를 얻어 GS건설(886)을 따돌리고 시공권을 따냈다.
◇'디에이치 클래스트' 반포 한강변 5000가구에 새겨진다 = 이번 재건축 사업은 1973년 지어진 기존 6층, 2120가구의 반포주공1단지를 총 5388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공사비 2조6000억 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는 10조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이 대규모 단지를 '100년 주거 명작'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세워 왔다. '어머니의 집을 짓는 심정'으로 지어올리겠다는 정수현 사장의 의지가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단지명도 최상급 클래스를 의미하는 '디에이치 클래스트(Class+est)'다.
세계적인 설계회사 HKS와 조경·인테리어 디자인 분야 선두주자 'CRTKL'과 손잡아 전체 중 70%(3000여 가구) 이상이 한강을 볼 수 있게 했다. 단지 양 옆에 오페라하우스·도서관·레스토랑·피트니스시설 등 커뮤니티시설을 설치하는 등 호텔을 방불케 하는 규모와 디자인으로 조합원을 설득했다.
특히 이번 수주전에서 현재건설은 안정적이고 탄탄한 재무구조 등을 전면에 앞세웠다.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7월 기준 5조 4000억원으로 건설사 중 가장 많다. 부채비율은 118%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낮다.
당초 반포 일대 브랜드 인지도를 앞세운 GS건설이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같은 재무상태와 7000만 원의 파격적인 이사비 등이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평가다.
현대건설 정수현 사장은 "현대건설을 흔들림 없이 믿어준 조합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70년 경험과 기술력, 축적된 노하우를 집약해 '100년 주거 명작'을 선보이며 새로운 주거 패러다임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비 논란…과열된 수주전에 정부까지 개입 = 이번 사업은 재건축 사업이래 최대 규모인 만큼 애초부터 과열이 불가피했다. GS건설은 이미 3년 전부터 이 곳에 공을 들여 왔고, 사업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인근 '서초 신동아' 수주전에서도 발을 뺐다. 현대건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물밑작업에 들어가면서 경쟁에 불씨를 지폈다.
업계는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이 수 조짜리 공사인 만큼 시공권만 손에 넣는다면 앞으로 닥칠 먹거리 절벽에 대비해 수주고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내다 봤다. 무엇보다 강남 한강변의 보기 드문 대단지에 자사 브랜드를 새길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나올 강남 재건축 사업에 상당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대건설의 경우 이 단지의 시공권을 발판으로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까지 확보하겠다는 복안을 품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해외수주도 최대 규모 재건축 사업 욕심에 불을 지폈다. GS건설의 해외 수주액은 2014년과 2015년 모두 50억 달러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20억 달러 절반 이상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1억7800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현대건설도 2014년 110억 달러의 해외 수주를 올린 이후 매년 34억 달러, 29억 달러, 17억 달러(이달 25일 기준) 수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긴 마찬가지다.
결국 이같은 배경에 양 측은 양보 없는 혈투를 벌여 왔다. 21일 열린 1차 시공사 합동설명회에 이어 이날 열린 2차 설명회에서도 두 CEO가 직접 마이크를 잡아 조합원 설득에 나섰다.
특히 이번 수주전의 상호 비방과 과열은 이사비 항목을 둘러싸고 폭발했다. 현대건설이 파격적으로 제시한 7000만원의 이사비를 국토교통부가 사회통념상의 이사비를 초과한 부분은 '이사 지원'이 아닌, 사실상 '시공자 선정'을 위한 행위여서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무상 이사비 항목은 삭제됐고, 다른 사업장과의 형평성 논란이라는 여지는 남겼다. 그러나 이사비 삭제 조치에도 결국 조합원은 현대건설 측의 손을 들어줬다.
◇'압구정현대'에 한 발 다가선 현대건설 = 현대건설은 이번 사업장의 시공권을 안으면서 향후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에도 한 발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1976년 당시 한국도시개발(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준공한 단지로 강남에서도 부촌 중 부촌으로 불린다. 현대차그룹의 역사가 담겨진 곳인 만큼 현대건설이 반드시 수주해야하는 사업지 중 한 곳인 셈이다.
이 단지가 재건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이번 수주가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GS건설 타 사업장에 집중하나 = 시공권을 놓친 GS건설은 다른 주요 재건축 사업장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졌다. GS건설의 이달 초 기준 재개발·재건축 수주액은 1조2882억 원으로 대우건설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수주 부문이 근래 들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GS건설은 국내 정비사업 수주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GS건설은 강남권 주요 재건축 사업지인 공사비 1조 원 규모의 서초구 한신4지구와 4700억 원 규모의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출사표를 던져놨다. 두 곳 모두 GS건설과 롯데건설이 치열한 경쟁에 들어간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