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국정감사가 한창이여야 할 국감장에 여야 위원들의 모습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피감기관석에는 고대영 한국방송공사(KBS) 사장만 눈을 감고 앉아있었다. 자유한국당 ‘국감 보이콧’의 진원지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의 한 장면이다.
이날 과방위 국감에 앞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와 과방위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위치한 정부과천청사를 방문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상대로 MBC 사장 선임권을 갖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선임권을 주장하고 정부의 공영방송 정책에 항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에 오전 국감일정은 개시조차 못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간사는 한국당 신상진 위원장을 겨냥해 “위원장이란 사람이 (보궐이사 임명) 저지조로 방통위에 가있다”며 비판했다. 이후 국회법 제50조 5항을 들어 여당인 민주당이 위원장직을 승계해 국감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당 측은 “고의로 회피하는게 아니라, 건강상의 문제”라고 맞섰다.
결국 방통위가 이날 정오께 보궐이사 선임을 실시하자 한국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 과방위 오후 국감은 개회 한 시간 만에 파행됐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열린 국감 대부분은 한국당 의원들이 빠진 채 진행됐다. 이는 국감 보이콧의 명분이 약하고, 국감 종료를 나흘 앞둔 상황에서 큰 안건들이 종료된 터라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