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간 삼성전자에 몸 담아온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용퇴를 앞두고 마지막 창립기념식을 보냈다.
삼성전자는 1일 오전 9시부터 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디지털 시티에서 48회 창립기념일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에는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CE 부문장 등 삼성전자 내 사장단과 주요 고위 임원진, 사원 대표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신종균 IM 부문장은 출장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올해는 총수 부재, 부문장 교체 등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회사의 성과에 대한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와 격려를 표하고, 장기 근속직원들에게 상패를 전달하는 등 의례적인 수준에서 조촐하게 진행됐다.
권오현 부회장은 창립기념사에서 최근 실적호조에 대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회사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은 임직원 여러분의 노력의 결실”이라며 “일부 사업의 성장 둔화, 신성장동력 확보 지연 등 여전히 많은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어 어쩌면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 수많은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한 순간에 무너졌고 우리도 사업 재편, 경영 시스템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며 “다가올 10년은 사회 및 인구구조, 기술혁신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며 AI, IoT(사물인터넷) 등으로 산업은 급변하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고 고객의 요구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부회장은 “기존의 생각을 뛰어 넘는 과감한 도전과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체질도 갖춰야 한다”며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활성화되도록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 자세를 갖고 외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권 부회장은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건강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임직원 모두 적극적으로 노력해 나가자”며 “다시 한 번 초심을 되짚어보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기념사를 마무리했다.
특히 이 날은 30년간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삼성전자의 대표 3인(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이 마지막으로 보내는 창립기념일이었다.
가장 먼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발표한 권 부회장은 1985년 입사 이후 삼성전자를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으로 도약시키는데 기여했으며, 5년째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삼성을 이끌어왔다.
윤부근 사장은 1987년 삼성전자 입사 후 컬러 TV를 시작으로 최근 QLED TV까지 글로벌 1위 TV 신화를 이끈 주역이다. 신종균 사장도 1984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무선사업분야에 열정을 쏟으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글로벌 1위로 올린 장본인이다.
한편, 19일로 예정된 이병철 선대 회장의 30주기 추도식도 조용하게 보낼 가능성이 크다. 올해는 30주기 행사인 만큼 큰 규모로 개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재용 부회장까지 참석하지 못하게 되면서 규모는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