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원(55)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의 취임식이 무산됐다. 지난해 정찬우 전 이사장 취임식 역시 당일 오전 취소된 바 있다.
정지원 이사장은 2일 오전 10시 부산 남구 문현동 국제금융센터(BIFC)에 위치한 거래소 본사에서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거래소 노조의 저지로 취임식장에 입장하지 못했다.
노조 관계자는 "신임 이사장 선임과정에서 기회가 균등하지도, 과정이 공정하지도 않았다"면서 "낙하산 인사 근절과 함께 절차적 위법과 내용적 위선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주주의 의결권 행사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된 주총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취임식 일정은 하루 뒤인 11월 3일 오전 10시 부산 본사로 연기됐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8월28일부터 지난달 4일까지 1차로 신임 이사장 지원자를 모집한 데 이어, 지난달 19일부터 26일까지 추가 공모를 실시한 바 있다. 후보 비공개 등의 이유로 거래소 안팎에서 나오는 '깜깜이 인사'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출범이후 처음으로 추가로 후보를 모집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본부장 등 유력한 이사장 후보들로 거론되던 이들이 줄줄이 자진 철회하고, 내부 출신들마저 최종 면접 후보에 오르지 못하자 낙하산 논란이 거세졌다.
부산 출신인 정 사장은 부산 대동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전인 1983년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1986년 재무부 기획관리실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재무부·재정경제부를 거쳐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감독정책과 과장,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2015년 12월부터는 한국증권금융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한편 1년 전인 지난해 정찬우 전 이사장 취임식때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당초 10월 4일 정찬우 이사장 취임식 진행이 예정돼 있었지만, 노조는 이날 오전 8시부터 한국거래소 부산본사 2층 로비에서 노조원 100여 명이 모여 정찬우 신임이사장 취임반대 및 출근저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정찬우 이사장과 거래소 임원진 등은 노조원과 대치하며 취임식장 진입을 몇차례 시도했으나 노조원들의 반대가 워낙 심해 취임식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이에 정 전 이사장은 다음날인 5일 오전 부산 본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첫 업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