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과거나 지금이나 여야 간 긴 줄다리기 끝에 특검에 합의하지만, 막상 제대로 된 특검 결과가 나온 적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특검이 다루는 수사 대상이 거의 정권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모든 정권이 공통적으로 외치는 것은, 자신들은 특검에 어떤 외압도 행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 정권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압이 반드시 직접적 압력을 행사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즉, 정권이 직접적 외압을 행사하지는 않더라도, 특검으로선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거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 해도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특검이 내린 결론과 정권이 바뀌고 난 이후에 벌인 수사의 결과가 배치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최순실 특검의 경우 특검 활동이 나름 활발했지만, 박근혜 정권이 붕괴되기 시작할 때 활동했기 때문에 과거의 특검과는 다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현재의 드루킹 특검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런데 드루킹 특검 역시 현 정권과 무관하지 않다. 드루킹 특검은 △과연 댓글 조작은 언제부터 한 것인지 △이런 조작에 대해 현 정권의 핵심들은 알고 있었는지 △만일 개입이 있었다면, 개입 정도는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다뤄야 한다.
일반 국민들은 댓글 조작이 과연 지난 대선 때도 이루어졌는지, 이루어졌다면 어느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뤄졌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 이런 부분까지 특검이 모두 수사해서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이번엔 전 정권과 다를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해온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보면, 이번 특검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진실’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면, 지금 특검을 서두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밝히기 원한다면, 오히려 시간이 지나 정권이 바뀐 이후에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지 잊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5년 후든 아니면 10년 혹은 20년 후 반드시 다시 제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안의 성격상 그렇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금 굳이 국회를 공전시켜가면서까지 특검을 관철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를 통해 선거 정국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당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드루킹 문제가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기 힘든 것도 현실임을 고려해야 한다. 큰 이슈가 작은 이슈를 덮는 습성이 있는데,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엄청난 이슈 앞에서는 드루킹 이슈는 맥을 못 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왕 드루킹 특검법이 통과됐으니, 관심을 두고 특검의 수사를 지켜볼 필요는 있다. 이번 정권 들어서 특검도 조사를 받은 적이 있음을 고려, 특검이 어느 정도 용기를 갖고 공명정대한 수사를 할지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