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 회장 재판 비공개 까닭...“외국 정부 관계자에 100억 뇌물, 외교문제 비화 우려"

입력 2018-07-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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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직원 귀화시켜 대주주 등재...토지 몰수 피하려

▲조세포탈과 횡령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뉴시스)
해외 법인의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이중근(77) 부영그룹 회장의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된다. 혐의 내용이 외교와 연관돼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 회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해당 재판은 임대주택 불법분양, 친족 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로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공개 재판과는 달리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일부 공소사실이 외교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A 국에서 해외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국 정부 고위 관계자에 금품을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와 변호인단은 특정 국가와 정부 관계자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재판을 비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열린 첫 공판을 비공개 전환하며 “추후 재판도 비공개로 진행할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은 재판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아시아 지역 A 국가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A 국가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국민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법인만 토지를 소유할 수 있었다.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영 현지 법인은 그룹 직원을 A 국가 국적으로 귀화시켜 대주주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

그러나 A 국가 정부에서 이를 위장 귀화로 판단할 경우, 토지가 몰수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현지 토지법에서 토지를 소유하기 위해 국적을 위조하는 외국인은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이 현지에서 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횡령한 회삿돈으로 정부 관계자에 100억 원(1000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100억 원은 현지 수도에 100평대 아파트 10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 돈을 부동산 매수를 위해 미리 지급한 금액처럼 허위 회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이 회장은 명의신탁 주식을 친족이나 계열사 임원의 실소유인 것처럼 공정위에 허위 신고·공시한 혐의도 받는다.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해외 법인 자금 횡령 혐의와 분리 진행해 13일 선고할 예정이다.

한편 이 회장은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조카가 운영하는 용역업체에 90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2월 구속기소 돼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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