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직원 귀화시켜 대주주 등재...토지 몰수 피하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순형 부장판사)는 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된 이 회장 등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해당 재판은 임대주택 불법분양, 친족 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로 같은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공개 재판과는 달리 비공개로 진행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일부 공소사실이 외교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비공개로 재판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A 국에서 해외 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국 정부 고위 관계자에 금품을 제공했고, 이 과정에서 회삿돈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재판부와 변호인단은 특정 국가와 정부 관계자의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부담을 느껴 재판을 비공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2일 열린 첫 공판을 비공개 전환하며 “추후 재판도 비공개로 진행할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은 재판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아시아 지역 A 국가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해외 법인을 설립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A 국가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국민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법인만 토지를 소유할 수 있었다. 검찰 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영 현지 법인은 그룹 직원을 A 국가 국적으로 귀화시켜 대주주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부동산을 매수했다.
그러나 A 국가 정부에서 이를 위장 귀화로 판단할 경우, 토지가 몰수될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현지 토지법에서 토지를 소유하기 위해 국적을 위조하는 외국인은 처벌을 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이 현지에서 사업을 원활히 하기 위해 횡령한 회삿돈으로 정부 관계자에 100억 원(1000만 달러) 상당의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100억 원은 현지 수도에 100평대 아파트 10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 돈을 부동산 매수를 위해 미리 지급한 금액처럼 허위 회계 처리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이 회장은 명의신탁 주식을 친족이나 계열사 임원의 실소유인 것처럼 공정위에 허위 신고·공시한 혐의도 받는다.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해외 법인 자금 횡령 혐의와 분리 진행해 13일 선고할 예정이다.
한편 이 회장은 공공임대주택을 분양 전환하는 과정에서 분양가를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 조카가 운영하는 용역업체에 90억 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2월 구속기소 돼 같은 재판부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