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8월 10일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함으로써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 이는 곧 정부가 앞장서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주의를 어기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하 시행령 개정안)은 주 또는 월 단위로 정해진 임금을 최저임금의 적용을 위한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주휴시간 등)을 합산한 시간으로 나누도록 하였다.
근로자는 임금을 주급으로 받을 수도 있고 월급으로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근로자가 받는 주급이나 월급의 액수만으로는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A가 일주일에 20시간 일하고 20만 원을 받는다면 시간당 임금은 1만 원이 된다. 이에 비해 B가 일주일에 40시간 일하고 20만 원을 받는다면 시간당 임금은 5000원이 된다.
2018년 시간당 최저임금 7530원을 기준으로 할 때 A는 최저임금 이상으로 받은 것이고, B는 최저임금 이하로 받은 것이다. 이렇게 주급을 일주일에 일한 시간으로 나누거나 월급을 한 달에 일한 시간으로 나누어야 시간당 임금(시간급)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주급이나 월급을 시간급(시간당 임금)으로 환산하여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주급 또는 월급을 나누는 근로시간 수를 규정한 것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그 근로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주휴시간 등)을 합산한 것으로 명시했다.
소정근로시간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은 제2조 제1항 제8호, 제50조 제1항 및 제2항에서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고,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범위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정한 근로시간이 소정근로시간으로, 일주일 동안이나 한 달 동안에 실제로 일한 시간을 의미한다.
시행령 개정안이 문제되는 이유는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월권행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세 차례(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다64245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4다82354 판결, 대법원 2018. 6. 19. 선고 2014다44673 판결)에 걸쳐 주휴수당과 관련된 주당 유급주휴시간은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근로시간 수와 무관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례는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소정근로시간이고, 이는 주 40시간 근로할 경우 월 174시간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즉 대법원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주급 또는 월급을 나누는 근로시간 수에 유급주휴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한마디로 최저임금 위반 여부는 오로지 근로자가 실제로 일한 소정근로시간만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개정안에서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근로시간 수를 소정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하여 월 209시간으로 규정한 것이다.
입법부는 정기적으로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이 입법, 기타 중요한 국책 결정에 참여하는 회의체 국가기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국회라고 부르고 있다. 국회는 국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 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 국정통제기관으로서의 지위, 국가 최고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가진다.
행정부는 국가의 통치권을 행사하는 기구로, 각 법을 근거로 한 정책을 집행하는 곳이다. 행정부는 각 법에 근거한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 시행령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시행령은 철저하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마련해야 한다.
사법부는 삼권분립주의와 법치주의에 입각하여 법을 해석하고 판단하여 적용하는 헌법기관이다. 사법부는 구체적인 법률상의 분쟁이 있는 경우에 당사자로부터 쟁송의 제기를 기다려 합법성 여부를 판단하고 선언함으로써 법질서를 유지하는 작용을 담당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는 각각 그 역할과 권한이 다르다. 그리고 세 기관은 서로가 담당한 역할과 권한을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고용노동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는 행정부의 권한을 남용한 것이다. 대법원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하여 이미 세 차례에 걸쳐 내린 판결에 반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행정부는 각 법에 근거한 정책을 집행하기 위해서 시행령을 마련할 때 사법부가 법을 해석하고 판단한 것을 적용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행정부가 앞장서서 법질서를 허무는 것이다. 또한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삼권분립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따라서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철회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정부에서 최저임금을 그동안 잘못 고시한 것을 합리화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최저임금을 고시해왔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근로기준법 제55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휴수당은 일주일간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근로자가 유급휴일(주휴일)에 받는 돈이다. 주휴일에 사용자는 근로일과 같은 하루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것을 주휴수당이라 한다. 주휴일과 주휴수당은 아르바이트·임시직·계약직 등 근로 형태와는 관계없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라면 적용된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1항은 최저임금액은 시간·일(日)·주(週) 또는 월(月)을 단위로 하여 정하고, 일·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할 때에는 시간급(時間給)으로도 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울러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제2호 및 제3호는 최저임금 시간급을 ‘주 단위로 정해진 임금을 1주의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눈 금액’이나 ‘월 단위로 정해진 임금을 1개월의 소정근로시간 수로 나눈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2017년 8월 4일, 2018년 최저임금을 시간급은 7530원, 월 환산액은 157만3770원으로 고시하였다.(주 소정근로 40시간을 근무할 경우, 월 환산 기준시간 수 209시간(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 기준)
정부에서 최저임금 시간급 7530원을 월급 157만3770원으로 환산할 때 기준으로 제시한 근로시간 수는 209시간이다.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1주간 최대 근로시간인 40시간에 한 달 평균의 주간 수인 4.3425를 곱하면 월 환산 기준시간 수는 174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174시간과 주당 유급주휴시간인 8시간에 4.3425를 곱한 35시간을 합산하여 209시간을 월 환산 기준시간 수로 정한 것이다. 즉 209시간은 일주일에 40시간을 근무할 경우 한 달간의 소정근로시간에 해당하는 174시간과 한 달간의 유급주휴시간에 해당하는 35시간을 합산한 것이다.
정부 고시는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근로시간 수에 유급주휴시간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과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위반한 것이다.
정부가 고시한 2018년 최저임금 월 환산액 1,573,770원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과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 수는 소정근로시간 수이고, 이는 주 40시간을 근로할 경우 월 174시간이 된다.
주휴수당을 포함한 2018년 최저임금 월급 157만3770원을 월 소정근로시간인 174시간으로 나누면 2018년 최저임금 시간급은 9045원이 된다.
정부는 2018년 8월 3일, 2019년 최저임금을 시간급은 8350원, 월 환산액은 174만5150원으로 고시하였다.(주 소정근로 40시간을 근무할 경우, 월 환산 기준시간 수 209시간(주당 유급주휴 8시간 포함) 기준)
이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한 2019년 최저임금 월급 174만5150원을 월 소정근로시간인 174시간으로 나누면 2019년 최저임금 시간급은 1만30원이 된다.
고용노동부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2018년, 2019년 최저임금 고시 내용이 대법원 판결과 최저임금법, 현행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위배된다는 점을 가리기 위해서 마련한 것이다.
정부에서 최저임금 고시 내용이 위법이라는 점을 모르고 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 있다면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조기실현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는 이를 정책으로 입안하여 추진했다. 그러다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고통이 가중되자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2019년 최저임금은 1만 원을 넘어섰다.
이렇듯 현실과 동떨어진 최저임금 고시와 정책이 지금까지 통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행정부가 법을 자의적으로 적용하고 권한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과 최저임금법,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위반한 2019년 최저임금 고시 내용을 수정하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철회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행정부의 위법과 월권행위를 바로잡기 위해서 국정감사를 하고, 하루빨리 관련법을 면밀히 검토해서 정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