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사회경제부 기자
'리벤지 포르노 범들 강력 징역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4일 제기된 이 청원은 8일 기준 21만4000여 명의 동의를 받아 '한 달 내 20만 명 이상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채웠다.
청원자는 글에서 "가해자들은 그 누구도 감옥에 가지 않았지만, 피해자들은 '네가 조심했어야지'와 같은 뻔하고 역겨운 2차 가해와 공격들로 자살했다"고 비판했다.
누구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범죄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미진한 현실을 개탄하는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겼다. 여성들에게 '리벤지 포르노'는 불쾌한 것을 넘어 두려움의 대상이 됐지만, 이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 분노를 해소해줄 수 있는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막연함도 깔렸다.
자연스레 여성에 대한 이슈를 총대 메야 할 정부기관에 눈길이 쏠린다. 동시에 여성가족부의 역할론이 고개를 든다. 여가부는 디지털 성범죄, 성별 간 혐오와 갈등, 낙태문제 등 사회적 현안들의 한가운데 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과물을 보이지 않으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달 21일 진선미 장관이 신임 여가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대표적 페미니스트인 진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성희롱·성폭력과 디지털 성범죄, 스토킹과 데이트폭력 등 모든 여성폭력에 대응하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 여가부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진 장관이 지난해 12월 "변형카메라가 범죄·사생활 침해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에 유입되는 변형카메라 현황이 파악되지 않는다"며 내놓은 '위장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또한, 문재인 정부가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경찰청 단속 실정은 0건이다.
진 장관의 어깨가 무겁다. 자신도 본인이 걸어가야 할 길이 꽃길, 아스팔트 길이 아닌 흙길, 가시밭길임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그에게 거는 기대를 내려놓을 수가 없다. 오히려 어깨에 곰 한 마리를 더 올려놓고 싶다. 디지털 성범죄는 곧 여성들의 생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몰카',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질 순 없다. 하지만 소외됐고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여성들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지금, 여성이 체감할 수 있는 적극적인 정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여가부 수장으로서 행보를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만큼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