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트렌드로 떠오른 인플루언서 "연예인은 몰라도 대도서관은 알아요"
“글쎄 우리 아이 장래희망이 ‘유튜버’래요. 어쩌죠? 와~ 일본에선 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가 이미 유튜버라고요? 도대체 유튜버가 뭐길래 아이들 꿈이 돼 버린 건지.”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어린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가 될 정도로 '인플루언서(Influencerㆍ영향력 있는 개인)'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단순히 취미생활로 개인방송을 하던 이들이 이제는 스타가 돼 지상파 방송에도 진출하는 모습이다.
대도서관, 헤이지니, 밴쯔, 도티, 감스트 등은 이젠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으로 각인되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도대체 뭐길래 사람들이 이렇게 주목하는 것일까?
◇연 수익 살펴보니~ '억' 소리 나는 '인플루언서'
인플루언서는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아프리카TV, 팝콘TV 등 개인방송 플랫폼 등을 통해 인기를 얻은 영향력 있는 개인을 말한다. 최근 사람들이 주목하는 인플루언서를 고려한다면 ‘가치 있는 콘텐츠로 세상에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대중에게 대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끼치길래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일까?
인플루언서가 올리는 연간 수익만 보더라도 왜 사람들이 인플루언서에 주목하는지 알 수 있다.
넓게 세계 시장을 들여다본다면 지난해 기준으로 유튜브 수입 1위는 영국의 20대 게임 방송인 다니엘 미들턴으로, 1650만 달러(약 179억 원)를 벌어들였다. 연간 수입 2위는 캐나다의 게임 방송인 에번 퐁으로 1550만 달러(약 168억 원)를 기록했고, 3위는 스포츠 예능쇼를 선보이는 미국 대학생 방송팀인 듀드 퍼팩트가 1400만 달러(약 152억 원)였다. 일곱 살의 미국인 장난감 유튜버 라이언은 1100만 달러(약 119억 원)의 연 수익을 올리며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방송을 통해 유명 인플루언서의 연간 수입이 공개됐다. 비록 세계시장 톱1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헤이지니가 연간 수입 20억 원, 대도서관은 연 17억 원, 씬님은 연간 약 12억 원, 밴쯔는 약 10억 원을 기록하는 등, 일반 직장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수익을 거뒀다.
이처럼 연예인보다 더 유명해진 인플루언서들은 게임, 뷰티, 패션, 교육, 아동, 스포츠, 언론 등 각종 산업에서도 영향력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다수 기업은 연예인을 활용한 고비용의 마케팅보다 다소 저렴한 비용에 고효율을 얻을 수 있는 '인플루언서 마케팅(Influencer marketing)'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인플루언서의 시작은 거슬러 올라가 파워블로그부터 이야기할 수 있다. 네이버에서 선정한 파워블로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꾸준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네티즌 사이에 신뢰를 쌓았고, 이들은 신지식인으로 주목받았다. 이에 기업들은 파워블로그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은 빠르게 혼탁해져 갔고, 파워블로거의 콘텐츠 신뢰도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네이버도 파워블로그 제도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뿔뿔이 흩어진 이들은 SNS를 활용한 인플루언서로 변모했다. 이들은 스스로가 브랜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대도서관, 도티, 감스트, 이사배, 밴쯔, 윰댕, 캐리 등은 사진이나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과거 파워블로거가 일방향적인 정보 전달이었다면, 인플루언서는 양방향 소통이 강화돼 정보에 대한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이뤄지고 그만큼 객관적인 정보 전달이 이뤄진다.
◇인플루언서가 말하는 '인플루언서'는?
팝콘TV에서 BJ로 활동 중인 처니오빠(46)는 인플루언서들이 오랜 시간 대중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긍정적인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처니오빠는 "수많은 인플루언서가 모두 다른 목적으로 지금하는 일을 선택했을 것"이라면서도 "그것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던지, 재미로 시작했던지, 결국 어떤 목적에 따라 시작했겠지만, 인플루언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처니오빠는 지난해 개인방송에 입문했다. 단순히 시청자의 입장에서 개인방송을 즐기던 그는 어느 새부턴가 인플루언서들의 고충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개인방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플루언서와 시청자 간의 호흡이다. 시청자의 피드백이 없이 인플루언서 혼자 주구장창 떠들어댄다면 그건 죽은 정보나 다름없다."
그는 실제로 다양한 개인방송을 접하며 "왜 이 방송은 콘텐츠도 좋고 BJ도 노력하는데 망하는 것일까. 왜 이 방송은 콘텐츠는 단순한데도 성공하는 것일까" 등을 생각하며 연구했다.
이후 그는 '처니오빠'라는 닉네임으로 개인방송에 발을 들였다. 처니오빠는 "인플루언서와 시청자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결국 모두가 행복할 방안은 단순히 온라인상에서만 서로를 모른 채 대화하는 것보다 오프라인상에서도 서로의 얼굴을 보고 응원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그렇게 탄생한 것이 '처니오빠 시청자 노래자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지가 좋다고 모든 방송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방송 초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중에 가장 큰 것은 바로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지난해 방송 초기엔 순수하게 사비를 들여 노래자랑을 할 라이브 바를 빌리고 BJ들을 직접 섭외하고 시청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라이브 바를 빌리고 선물을 준비하고 뒤풀이를 하는 등에만 1회당 150만 원가량이 들었다. 점차 입소문을 타고 방송에 참여하는 사람은 늘어났고, 후원도 점차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시즌1 왕중왕전을 마칠 때까지 1680여만 원의 적자를 봤다."
처니오빠는 작은 유통업체를 이끌며 처음엔 방송을 취미로 했다. 이렇게 손해를 본 금액 역시 자신의 유통업체를 통해 번 돈을 투자한 셈이었다. 비록 시즌1에서 적자를 봤지만,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다시 '처니오빠 시청자 노래자랑 시즌2'를 준비했다.
시즌2를 준비하면서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시즌1을 꾸준히 해 나가면서 많은 인맥을 얻었고, 돈을 주지 않는데도 자신을 돕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처니오빠를 도우며 시청자 노래자랑 시즌2를 진행해 나갔고, 시청자들이 직접 나서 후원하는가 하면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플랫폼인 팝콘TV에서도 각종 홍보와 경품, 왕중왕전이 열리는 장소의 대관 등을 협찬했다.
이런 노력이 모여 시즌2는 흥행에 성공했고, 1년간 억대의 돈이 투자됐지만 그만큼 흑자를 보는 방송이 됐다. 시즌1 당시 BJ 75명, 시청자 500여 명이 현장을 직접 찾아 즐겼지만, 시즌2에서는 200여 명의 BJ와 900여 명의 시청자들이 현장을 찾아 오프라인상에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졌다.
처니오빠는 "시청자 노래자랑을 두 시즌 동안 진행하며 오프라인에서 BJ와 시청자들이 질서정연하게 만나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라며 "내년 3월부터 11월까지 시즌3를 준비 중인데, 이번엔 팝콘TV로부터의 적극적인 협찬과 함께 오디션 적용 등을 고려하고 있다. 만일 시청자 노래자랑을 통해 가수마저 탄생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이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여전히 'B급'으로 인식되는 인플루언서에 대한 시선도 점점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언젠가 시청자들을 비롯해 모든 사람이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인플루언서를 일반 방송인처럼 당당히 방송하는 사람으로 인식해주는 날이 오길 바란다"라며 "인플루언서는 시청자에게 행복을 주고 시청자의 사랑에 꾸준히 보답하는 활동을 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의 미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글로벌 시장 규모에 대해 정확한 조사가 진행된 적은 없으나, 업계에서는 지난해 20억 달러(약 2조2300억 원)에서 2020년 100억 달러(약 11조1600억 원) 규모로 확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올해 3월까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 캠페인에 월평균 1억3000만 달러(약 1450억 원)가 지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기업 마케팅 담당자가 생각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의 미래는 어떨까?
롯데홈쇼핑에서는 지난해 70대 뷰티 유튜브 스타로 유명한 '박막례 할머니'가 직접 출연하는 '막례쑈'를 기획했다. '박막례 할머니'는 젊은층 사이에서 자신의 일상과 인생을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이야기 등을 공개하는 유튜브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57만 명에 달하고 각종 영상 조회 수는 100만 건에 육박한다.
롯데홈쇼핑 마케팅 담당자는 "기존의 홈쇼핑 고객이 40~50대가 대다수였는데, '막례쑈'처럼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진행함으로써 젊은 고객층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또한 홈쇼핑이 단순히 물건을 광고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는 재미'를 늘리는 등 다양한 변화 시도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마케팅 담당자는 "'막례쑈'를 계기로 젊은 고객층 유입 효과가 뚜렷하게 보였다"면서 "매출이 급증하는 효과는 없었지만, 젊은 층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해 향후 매출 증대를 위한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롯데홈쇼핑은 '막례쑈'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인플루언서를 육성하는 '쇼룸 크리에이터' 사업에 나섰다. 인플루언서들이 상품 홍보 콘텐츠를 직접 만들고 본인의 SNS 계정에 올려 마케팅 경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처럼 각종 홈쇼핑 외에도 패션, 뷰티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솔루션 기업 미디언스의 김민석 대표는 "'포브스'지에서 2018년을 지배할 영향력있는 마케팅 트렌드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꼽을 정도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이제 단순히 '입소문'을 넘어 마케팅 트렌드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단언했다. 이어 그는 "기업은 인플루언서를 매개로 덜 직접적이면서도 친숙한 방식으로 잠재 고객과 소통할 수 있기에 다양한 규모의 인플루언서를 통한 '자연스러운 침투' 마케팅은 꾸준히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