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열차와의 거리 유지를 위해 잠시 멈춰있겠습니다."
지하철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나왔다. 종합운동장역에서 고속터미널역까지 가는 동안 열차는 3번이나 일시적으로 멈췄고, 도착 시간은 계속 지연됐다. 고속터미널역에 도착하자 내리려는 사람과 타려는 사람끼리 충돌로 몸싸움이 시작됐고, 욕설도 들렸다.
매일 신논현역에서 9호선을 타고 여의도역까지 출근한다는 문모(36) 씨는 "연장 개통하면서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린다고 하는데, 그건 해결 방법이 아닌 것 같다"면서 "오히려 횟수가 늘어나면 선행 열차와 거리 유지를 한다며 멈춰 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질 것이고, 결국 도착시간은 더 늦어질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하철 9호선은 이번 달 1일부터 노선을 연장했다. 연장된 3단계 구간은 종합운동장과 중앙보훈병원을 연결하는 노선으로, 삼전·석촌고분·석촌·송파나루·한성백제·올림픽공원·둔촌오륜·중앙보훈병원까지 총 8개 역을 지난다.
4일 오전 7시 50분 중앙보훈병원역은 김포공항행 첫 출발역이었으나, 승강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급행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53분 급행열차에 이용객이 모두 탑승하자, 해당 열차의 자리는 가득찼다.
8호선 환승역인 석촌역을 지나 2호선 환승역인 종합운동장역에 도착하자, 열차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출발역인 중앙보훈병원부터 만석인 채로 열차가 이동했기 때문에, 노선 연장 전 출발역이었던 종압운동장역에서는 옆 사람 숨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지옥철'이 시작됐다.
뒤이어 분당선으로 환승할 수 있는 선정릉역에서도 사람들이 우르르 몸을 실었다. 이때부터 승강장에서 급행열차를 그냥 보내야 하는 이용객들이 속출했다. 신논현역을 지나 3호선·7호선과 환승이 가능한 고속터미널역에서는 아예 한 명도 탑승하지 못할 정도였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윤모(28) 씨는 "집이 반포역 쪽이라 고속터미널역에서 9호선 급행을 타고 노량진역을 가는데 어제부터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을 느낀다"며 "곧 수업이 시작할 시간인데 벌써 급행열차를 2대나 그냥 보냈다"라고 연신 초조해했다.
당산역에서 근무하는 신모(45) 씨는 열차를 기다리다가 다시 역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는 "이렇게 계속 급행열차를 보내다가는 삼십 분 넘게 지각할 것 같다"면서 "차라리 택시를 타려고 지금 카카오택시를 불렀다"라고 말했다. 신 씨는 카카오택시 기사에게 전화가 오자 황급히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갔다.
고속터미널역에서는 출근 시간 혼잡이 사라지는 오전 9시까지 '지옥철' 상황이 계속됐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승강장에 서 있을 공간조차 부족했다. 열차가 도착하자 사람들이 억지로 타려고 문쪽으로 밀어부치는 통에 '질서 유지' 옷을 입은 역 직원이 쓰러질 듯 휘청하기도 했다.
9호선 3단계 구간은 출근 시간대 승객이 9500명가량 늘었다. 서울시는 이런 혼잡을 예상해 열차 연장 운행에 앞서 4량짜리 급행열차 8대를 모두 6량으로 늘렸다. 내년 말까지 9호선에 열차 3대를 추가 투입하고, 일반열차도 모두 6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여의도에서 주방 보조일을 하는 양모(58) 씨는 "9호선이 연장됐는지, 어디가 새로 뚫렸는지 나는 그런 거 모르지만, 한 주 만에 이렇게 사람이 많아지고 복잡해져 출근하기가 힘들어졌으니 빨리 서울시가 뭔가를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 백 명의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는 승강장은 비가 오는 쌀쌀한 오전임에도 온도가 높았다. 사람들은 다들 외투를 벗어 팔에 걸치거나, 손으로 연신 부채질하는 모습이었다. 대부분 고개를 숙여 휴대전화를 보거나 눈을 감고 노래를 들으며, 급행열차를 기다렸다. 스크린도어 위의 디스플레이 화면에서는 9호선 3단계 구간 운행을 알리는 광고가 흐르고 있었다.
"9호선은 가장 빠른 길이다. 언제나 믿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