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첫 임원 인사가 내부 반발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부원장보들이 사표 제출을 거부하면서다. 이번 인사에서 부원장보 2~3명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윤 원장은 지난해 12월 부원장보 9명 전원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부원장보가 사표 제출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가 1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표를 내라고 하자 반발한 것이다. 이들은 최흥식 전 원장 취임 뒤인 2017년 11월 선임됐다. 부원장보 임기는 3년이다.
한 간부급 직원은 "금융회사도 조직 안전성과 전문성을 위해 임원 임기를 최대한 보장하라고 하는데 정작 금감원은 임원 임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임원들이 퇴직 뒤 재취업이 어려워 더욱 반발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윤 원장도 "금감원의 독립성을 위해 임원 임기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4급 이상 금감원 직원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금융회사에 재취업할 수 없다. 사실상 퇴직 뒤 먹고 살길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청와대는 후임 부원장보 선임을 위해 인사 검증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5명이 후보로 올라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창욱 보험감독국장과 김동성 기획조정국장, 이성재 여신금융검사국장, 이진석 은행감독국장, 장준경 인적자원개발실장 등 5명이다. 금융권에서는 최대 3명을 교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통상 임원 자리 하나당 1순위와 2순위를 후보로 올린다"며 "5명을 인사 검증 대상으로 정했다는 것은 2명 이상을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윤 원장은 2일 시무식 후 "이달 중순, 늦어도 하순 정도로 인사를 예상한다"고 했다. 윤 원장이 13~17일 해외 출장이 잡혀있어 이르면 13일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임원들 사표 제출이 늦어져 윤 원장 생각대로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청와대 분위기도 좋지 않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특별감찰반 사찰 의혹으로 어수선한 탓이다.